사채업자의 양성화와 서민들의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대부업법이 28일로 시행 1주년을 맞는다. 대부업체의 등록을 강제하고 금리를 연 66% 이하로 제한한 대부업법은 사채업자의 제도권 진입과 사채 금리 하락, 사금융 피해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지나면서 등록 취소 업체가 늘어나는 등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고 자본력이 뒤진 국내 업체들이 외국계 업체들에 밀려 시장을 내주는 등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등록 업체 감소..등록 취소 업체 증가 지난 9월 말 현재 전국 16개 시.도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1만3천616개로 전체 4만여개로 추산되는 사채업체의 34% 정도가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됐다. 그러나 지난 9월 말 현재 등록이 취소된 업체도 1천663개에 달해 등록업체 10곳중 1곳이 다시 지하 사채시장으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등록 업체는 줄어드는 반면 등록 취소 업체는 늘어나고 있어전체 등록 업체 숫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하루 평균 30곳에 달했던 등록 대부업체가 8월 24곳과 9월22곳으로 각각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의 하루 평균 등록 취소 업체는 7월 11곳, 8월14곳, 9월 15곳으로 각각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등록 업체 중 연락이 되지 않아 잠적 상태인 업체가 30% 정도에 이르고 있고 이들 업체도 대부분 사실상 지하로 숨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점은 등록 취소 및 잠적 업체들이 지하 시장으로 돌아가면 대부업법이 제한한 금리보다 훨씬 높은 초고금리를 물리는 것으로 알려져 서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 자본 침투 가속화 대부업이 양성화되면서 자본력과 영업력이 뛰어난 일본 등 외국 자본의 국내 대부업 시장 잠식이 가속화돼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대부업을 등록한 1만여 업체 가운데 영업 현황을 밝힌 1천240개 업체의 대부 잔액은 총 2조6천607억원으로 이중 1천214개 국내업체의 몫은 1조5천639억원이고 일본계 24개 업체가 1조917억원을 차지했다. 홍콩계와 말레이시아계의 대부 잔액은 각각 1개 업체가 3억원과 48억원이다. 일본계는 업체 수에서 국내 업계의 20%에도 못 미치지만 대부시장 점유율은 무려 41%에 달했다. 일본계는 지난 8월 말 33개로 늘어났고 말레이시아계와 홍콩계 등 동남아계도 4곳으로 증가해 외국계 업체들이 국내 대부시장의 사실상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계 업체의 평균 자본금은 국내 업체의 13∼15배 수준이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국내외 업체간의 경쟁이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채금리 하락..사금융 피해 신고 감소 대부업법은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부업법 시행 이후 사법 당국 등의 지속적 단속으로 사채 금리 하락과 사금융 피해 신고 감소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금감원은 대부업법 시행 이전에 연리 220%에 육박했던 사채 금리가 법 시행 이후에는 180∼190%까지 내려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대부업법 시행 이후 금감원의 사금융피해신고접수센터에 접수된 월 평균 신고 건수는 287건으로 법 시행 이전의 314건에 비해 줄었고 올 들어서는 한 달에 100∼200건대로 격감했다. ◆보완 대책 필요성 대부업계 관계자들은 지하로 숨어들고 있는 업체들이 다시 제도권으로 나오도록유도하기 위해서는 정책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만큼 자금 조달 창구를 카드사, 할부금융사 등으로 확대해 주고 회사채 발행이나 부실 채권 상각 처리에 대한 세법상 손비 인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 감독 당국은 대부업체들이 아직도 부실 회계 처리로 세금을 포탈하고 불법 채권 추심에 고금리 횡포까지 부리고 있는 마당에 업계의 요구를 모두들어 주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업계의 애로 사항을 파악해 보완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업계 스스로의 자정 의지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이와 함께 등록 취소 업체들의 불법 영업 등을 막기 위해 사법 당국과함께 지속적인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