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정책이 국제 사회에서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달러 약세로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미국에서 아시아 정부들의 외환시장 개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되풀이했던 것이 누구였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아무튼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시장 개입을 저지하려는 압력은 당분간 여러 방식을 통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압력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이나 연간 1천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환율 개입으로 누적된 과다한 외환보유고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IMF나 외지를 통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높은 외환보유고는 외국자본이 급작스럽게 유출될 경우나 환투기가 극성을 부릴 경우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된다.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외환보유고는 많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생긴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외환보유는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과다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우선 국내의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외평채 발행) 외화를 매입, 해외의 낮은 금리로 운용하다 보니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한국은행의 돈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경우에도 시중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은 점차 누적되다 보면 나중에는 재정 악화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환보유에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서 환율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을 막으려면 외환보유고를 계속 늘려가야 하는 데 이것은 지속가능한 해법은 아닌 것이다. 그 동안 우리 정부도 환율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환율의 급작스런 변동을 억제하기 위한 안정화정책을 실시해 왔다. 이러한 정책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고 일시적인 환율 변동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부작용이 적고 환율에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경상수지에서 발생하는 흑자를 자본수지에서 흡수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되는 달러를 자본거래를 통해 다시 해외로 유출시키는 전략으로 환율 하락 압력을 흡수했다. 우리도 채권이나 주식투자와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흑자 규모를 줄임으로써 환율 하락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가가 안정된 경우라면 국내금리가 국제금리를 크게 초과하지 않도록 조절함으로써 IMF 직전처럼 외채가 과다하게 유입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주식 및 해외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자본수지를 통해 환율하락 압력을 줄이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국민연금 자금을 해외에 투자함으로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환율 하락을 억제하고 있다. 해외투자에 따르는 환위험을 줄일 수 있는 선물시장의 발전과 함께 금융기관들의 운용능력이 제고된다면 국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다양한 해외 투자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수지를 활용하는 간접적인 환율정책은 일본과 같이 과다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최악의 내수 침체 가운데 그나마 수출이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어 원화 환율이 급락하는 것을 방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급작스런 환율변동을 억제하기 위한 안정화 정책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그 한계와 부작용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적정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외 금리차,국제수지 등 환율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여건을 변화시키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msoh@lge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