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5천억원 규모(장부가 기준)의 부동산 일괄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하나은행은 매각대상인 89건의 부동산을 개별적으로 매각키로 했지만 시장 상황 등이 좋지 않아 올해 안에는 결실을 맺기 어려울 전망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옛 서울ㆍ보람은행 본점 등 보유 부동산 89건에 대해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키로 하고 프라크리티유한회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최근 이를 취소했다. 이는 감독 당국이 "ABS 발행은 차입일 뿐 부동산을 매각하는게 아니다"며 부동산 매매차익을 특별이익으로 회계처리하지 못하게 한데 따른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에 반영될 수 없는 방식은 곤란하다는게 은행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일괄 매각이 실패함에 따라 부동산 소재지별로 개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특히 시세가 1천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서울은행 본점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건물에 있던 부서들을 모두 하나은행 본점과 옛 보람은행 본점으로 옮겨 건물 전체를 비워둔 상태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은행 본점 매각이 성사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원매자가 있긴 한데 제시하는 가격들이 너무 낮아 입찰을 붙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내 매각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