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자 한경 시론에서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김윤상 교수의 지대조세제 도입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김 원장이 제기한 지대조세제의 문제점은 첫째,지대조세제 하에서는 가격기능이 없어져 토지시장의 자원배분기능이 작동할 수 없다. 둘째,지대조세제는 현대분배이론의 기초인 한계생산력에 의한 분배원칙에 위반된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셋째, 지대조세만으로는 국가의 재정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필자는 김 원장의 반론이 지대조세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지대조세제 하에서 과연 토지시장의 자원배분기능이 실종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결론부터 말하면 지대조세제가 도입되더라도 임대시장이 자원배분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기 때문에 토지자원은 효율적으로 이용된다. 지대조세가 도입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지대가 1백% 환수되지는 않을 것이지만,이해를 돕기 위해 지대가 1백% 환수된다는 가상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가령 어떤 지역 토지 한 필지의 지대(가치)가 월 1백만원이라 하자.지대조세제 아래에서는 월 1백만원의 지대세가 부과될 것이므로 토지 소유자는 이 토지를 놀리거나 비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만약 놀린다면 월1백만원을 손해 보게 될 것이고, 비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월 90만원의 임대수입밖에 올리지 못한다면 1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상황에서 지주는 자신이 그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든지 아니면 임대시장에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이 때 그 토지를 경쟁을 통해 임차할 사용자는 적어도 월1백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실수요자다. 곧 지대조세제 하에서는 순수이론대로 토지의 매매가격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임대료가 토지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담보하는 가격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지대조세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생산요소에 대한 대가는 그 생산요소가 생산에 기여한 만큼 주어진다는 분배의 한계이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지대조세의 주창자 헨리 조지도 노동자의 임금은 생산에 기여한 만큼 주어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마르크스의 자본 국유화 사상에 극렬하게 반대한 시장옹호주의자였다. 시장주의자 헨리 조지는 그러나 지대가 지주 개인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지대가 상승하는 것은 토지의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인구증가,도시화로 인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지의 생산성은 주로 도로의 건설,공공시설의 입지와 같이 공공기금으로 조성된 요인으로 증가하는 것이고,인구증가나 도시화도 대개 지주의 노력 없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금이나 사회 전체의 노력에 의해 창출된 지대를 지주가 독점한다는 것은 사회정의에 맞지 않다는 것이 지대조세제의 윤리적 근거다. 세수불충분의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는 것도 이 제도를 곡해하는 것이다. 지대조세 옹호론자 중 지대조세만으로 국가의 모든 재정수요가 충족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대조세가 가장 우선하여 징수되어야 하며,늘어난 지대조세수입 만큼 근로소득세와 같은 노력소득에 붙는 세금은 깎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대조세만으로 충분하다면 여타 세금은 필요없게 될 것이고,그렇지 않다면 일부 다른 세금으로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우리 땅값이 비싼 이유 중 하나가 토지공급 애로에 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런데 놀고 있거나 최선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많은 땅이 있음에도 실수요자에게 이용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지가 상승만 기다리며 땅을 끌어안고 있는 투기적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대조세는 이런 투기적 동기로 보유되는 토지를 시장에 방출시켜 토지의 공급을 늘리는 기능을 한다. dghan@yumail.ac.kr 헨리조지학회 회원 -------------------------------------------------------------- ◇이 글은 20일자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의 '지대조세제 오류'에 대한 반론입니다. 시론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