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시장은 중국 중앙정계에서도 주목받는 자리다. 제 3세대 권력의 핵심라인이었던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이 상하이 시장 출신이었고, 지금도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정치인)의 위용은 여전하다. 한정(韓正·49) 상하이 시장은 그래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다. 한 시장이 최근 서방언론과 회견을 가졌다. 특파원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부정부패 경기과열 등 거친 질문이 쏟아졌으나 그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답변을 피하기 보다는 기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견 중 느낀 그에 대한 인상은 '비전을 창출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라는 것이었다. 그가 제시한 21세기 상하이는 '국제 중심도시'였다. 오는 2020년까지 상하이를 국제적인 경제 무역 금융 항운(물류)의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상하이가 걸어야 할 길을 단기 중기 장기 등 연도별로 나눠 명확하게 설명했다. 뜬구름 잡는 식의 목표 설정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한 시장은 시정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행정가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국내총생산 수출입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하루 버스 승객수송량, 하루 천연가스 공급량, 도로 확충량 등 세세한 수치를 즉석에서 풀어냈다. 그는 스스로를 상하이 시정부의 '팀장'이라고 했다. 현장을 뛰어다니며 공무원들을 지휘하는 팀장이라는 것이다. 올라오는 보고에 결재나 하고, 목에 힘을 주고 위엄을 과시하는 그런 지도자와는 달랐다. "주룽지 총리와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한 시장은 "그는 나의 스승이며, 그가 간 길을 따를 뿐"이라고 답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 대해서는 "그의 의사결정은 정확했고, 인민들의 생활에 많은 이로운 것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야욕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서방 언론들은 후진타오 이후의 정치세력을 이야기하며 40대 나이에 경제 중심도시 상하이 시장에 당선된 한정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