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권 추첨은 어디서나 관심거리다. 동창회를 비롯한 친목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경품이 풍성할수록 참석자도 늘어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이번엔" 하면서 기다린다. 경품의 유혹은 이처럼 크다. 마케팅 수단으로 할인과 함께 경품이 가장 널리 쓰이는 것도 '혹시나' 하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실제 경품의 반짝효과는 크다고 한다. 백화점의 판촉행사에서 12평짜리 오피스텔을 경품으로 걸었더니 평소보다 고객이 늘고,대기업에서 관련 계열사를 통합한 홈페이지 개설과 함께 48평 아파트를 내건 결과 22일간 1백50만명의 회원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경품 없이 판촉 없다'는 말도 나온다. 경품정보 사이트 '찬스 잇'에 따르면 98년 하루 11건이던 경품 이벤트가 2002년엔 37건으로 증가하고, 시장 규모도 쇼핑몰 이벤트를 더하면 1천억원대에 이른다고 할 정도다. 홈쇼핑을 이용하는 이유를 알아봤더니'가격 저렴' '구입 간편' '경품이나 사은품이 많아서'순으로 답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경품은 또 시대상과 소비자의 관심을 드러낸다. 1936년 화신백화점의 경품은 황소 1마리였다고 하거니와, 97년 최고의 히트경품은 휴대폰이었다. 가전품은 TV 세탁기에서 김치냉장고를 거쳐 평면TV로 바뀌었지만 승용차는 여전히 인기고, 인터넷업체가 주도하면서 부터는 현금이 유행이다. 패스트푸드 업계가 성형수술권을 내건데 이어 유료인터넷 영화사이트가 '강남 룸살롱 체험권'을 내놨다는 소식이다. 어느 것이나 불황 타개를 위한 안간힘의 발로일 것이다. 그러나 경품은 가격·품질·서비스로 경쟁하기보다 요행을 바라는 소비자 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의 43.6%가 경품응모권 때문에 물건을 더 샀다는 사실은 경품이 충동구매의 주요인임을 알려준다. 경품 비용 또한 결국은 소비자가 떠안는다. '밑져도 본전'이 아닌 셈이다. 고단한 세상에서 행운을 기대하는 것 자체를 나무라기 어렵다 해도 경품 당첨확률은 턱없이 낮다. 받기 힘든 경품을 위해 개인정보를 여기저기 내주는 일의 위험도 생각해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