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p@eland.co.kr '사오정.' 요즘 40대 직장인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쓴다는 이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A중역은 올해 최고의 성과를 냈다. 불과 1년 남짓 사이에 그가 맡은 아울렛 서비스 분야에서 외부 기관으로부터 AA+ 등급을 받은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는 사오정 대상이었다. 그런데 단기간에 신생회사의 서비스수준을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이제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될,헤드헌터가 노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처음에 KS마크를 달고 대기업에 들어 갔으나 창업하는 직장 선배를 따라 나섰다 고생이 시작되었다. 직장을 옮기던 끝에 우리 회사에 오게 됐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지 10년이 다 되도록 일이 풀리지 않았다. 한 사업부의 장,기획조정실 책임자 등 여러 업무를 거쳤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자녀들은 대학에 가고 나이는 들고 본인은 초조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서 성과를 내기 위해 힘썼다. 그러다 자원한 것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유통의 서비스 영역이었다. 백화점에 있어 서비스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중요성을 갖고 있지만,여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면서 매달릴 중역은 드물 것이다. 그는 주변의 무관심에도 개의치 않고 품질관리에 대한 책을 읽으며 단 한명의 부하만 데리고 상당 기간 한우물을 팠다. 나도 기다리기가 지쳐 아까운 머리 썩이지 말고 다른 업무를 알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넌지시 불만을 표시했으나 그는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면서 사람을 답답하게 했다. 그것이 작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아울렛의 서비스 수준에 대한 외부기관의 평가 점수는 목표에서 까마득히 미달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에 대단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여러 중역들이 모였을 때 나는 나의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구하고 A를 세운 뒤 모두의 박수를 받게 했다. 지금은 지식의 시대다. 지식만이 사오정이라는 말을 물리치게 한다. 이제 평균 수명 80이니 45세면 이제 인생이 절반 지나고 아직 절반이 남은 시점이다. 나이 들었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뒤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식계발을 통해 후배들을 앞서면 될 것 아닌가. 나는 앞으로 A중역을 생각할 때마다,포기하지 않고 사오정을 물리쳐 내게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남겨 준 멋진 한 중년 남자를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