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씨가 남편의 뒤를이어 현대그룹의 경영을 책임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30일 "현정은씨가 현대그룹의 계열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은 KCC 그룹과 현대그룹이 합쳐지는 문제가 있어 계열주가 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김문희 여사(고 정몽헌 회장 장모)도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정은씨가 계열주로 나서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으며 또 그게자연스럽다"고 말해 사실상 현정은씨가 그룹 계열주로 정해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까지 친지들과 얘기가 끝난 것은 아니여서 확정적으로 말할수는 없다"면서 "류경 정주영체육관 개관식(10월6∼9일)에 친척들이 대부분 참석하니 이 때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은씨는 정몽헌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 4.98%를 상속받고 김문희 여사로부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그룹은 김문희 여사가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빌린 돈을 갚아 담보로 맡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도 찾아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정은씨가 현대엘리베이터나 현대상선 등 계열사 한 곳의 회장으로 취임할 지 아니면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계열주로만 남아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정은씨가 조만간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취임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때 정상영 명예회장이 경영을 책임질 마음이 있었지만 가족들간 협의를거쳐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문희 여사는 지난 8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딸(현정은씨)이 정상영 KCC 명예회장에게 (회사 경영에 대한) 조언과 현대그룹의 경영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고있다"고 밝혀 경영 참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