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로얄프라자 압구정지점.


이 곳을 방문한 고객은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받는다.


말쑥한 차림의 주차 요원이 발레파킹(주차 대행)을 해준다.


전문 안내원이 전망좋은 7층으로 이끈다.


홈시이터 시설을 갖춘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거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곳에선 금융상담 뿐만 아니라 세무 법률 부동산 보험 예술품 등에 대한 종합 자산관리 컨설팅을 1대1로 받을 수 있다.


또 패션 여행 건강 등에 대해서도 격조높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모두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다.


금융권의 '명품' 마케팅이 무르익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PB 서비스를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 퓨전형 상품들로 명품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용카드사들도 고품격 플래티늄 카드를 선보이며 골드카드에 만족하지 못하는 '특별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은행권의 PB 서비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올들어 시중은행 대부분이 PB점포를 확대했거나 새로 문을 열었다.


외국계 은행들도 국내 PB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은행들이 PB 서비스에 너도나도 나서는 것은 소수의 거액고객이 은행 수익창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자체 분석 때문이다.


은행들은 수익의 60∼80%가 상위 부자고객 5%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PB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


PB전용센터만 해도 15개다.


영업점 부설까지 합칠 경우 1백5개 점포에 달한다.


이곳 출신의 프라이빗뱅커들이 다른 은행의 스카우트 대상 제1호로 꼽힐 만큼 PB 기반이 확고한 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서울 테헤란로에 PB전용점을 첫 개장했으며 같은 해 12월 강북에 2호점을 열었다.


사업개시 9개월 만에 수탁고 1조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한은행의 강점은 굿모닝신한증권 신한BNP투신운용 등 신한금융지주회사 산하조직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특히 국내 최고의 사용한도가 부여되는 PB전용 신용카드를 발급해 이 카드고객이 별도의 출입카드 없이 PB센터를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국민은행'이란 브랜드가 너무 대중적이라고 판단, 소수 고객만을 위해 '골드&와이즈(Gold&Wise)'란 프라이빗뱅킹 브랜드를 개발했다.


서울 압구정, 서초, 이촌, 타워팰리스 등 6개의 골드&와이즈 센터를 운용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1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외환부문이 강한 외환은행은 3개의 PB전용점과 57개의 PB영업점을 통해 VIP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돕고 있다.


외화자산 관리서비스가 강점이다.


서울 서초, 대치역, 분당중앙 등 3곳에 PB전용점을 개설한 우리은행은 총 69명의 프라이빗뱅커를 확보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내에서 PB전용점을 운영하고 있다.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고객이 대상이다.


종신보험 판매에 공을 들여온 보험사들은 질병이나 재해로 인해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충실하게 보장하면서 동시에 종신보험 효과까지 주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카드발급 남발로 홍역을 치렀던 신용카드사들은 VIP 마케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직이나 대기업 임원 등을 대상으로 골프장 예약, 공항라운지 무료이용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래티늄 카드를 선보이며 명품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20%의 고객이 수익의 80%를 안겨줬지만 점차 2%의 고객이 98%의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초우량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금융사들의 명품 마케팅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