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경기 평택,충북 오송,경북 김천,울산 4곳에 경부고속철도 중간역 신설을 적극 추진 중이며,다음달 초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이를 확정짓겠다고 밝혀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원래 계획보다 늦어진 고속철 개통이 더욱 지연될 건 물론이고,막대한 추가비용으로 인해 향후 고속철 운영에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중간역 신설이 추진되는 배경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 고속철역 신설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자마자 4개역 신설 방침이 발표돼,과연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거쳤는지조차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오는 2010년까지 경부고속철이 개통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역사 신축을 위한 입지선정 설계변경 용지매입 추가시공 등에만 적어도 6∼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역사까지의 도로건설 등을 고려하면 기한내 공사를 마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용지매입 과정에서 각종 민원이 발생해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기가 1년 지연될 때마다 무려 2조5천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한다고 하니 이 문제는 결코 간단히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동안 세차례나 설계를 변경하는 바람에 총사업비가 무려 19조3천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난 터라 더욱 그렇다. 중간역 신설에 따른 자금부담과 운행시간 연장도 심각하다. 건설비용만 적어도 수천억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현재 무려 11조원에 달하는 고속철도공단 부채규모를 감안하면 과연 사업타당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건교부는 중간역을 신설할 경우 이용자수가 늘어나고 운영수익이 증대되기 때문에,이들 4개역은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용객과 운용수익이 얼마나 증가할지 불확실한 마당에,공기지연 비용부담 운행시간 연장 등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건교부는 운행시간이 길어지는 걸 막기 위해 신설 중간역에는 교차정차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더더구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굳이 중간역을 지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동안에도 고속철 공사는 경주경유 논란,천성산·금정산터널 반대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 왔는데,이번에는 중간역을 증설하겠다니 당혹스럽기만 하다.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추진해온 대형 국책사업이 또다시 집단이기주의나 정치논리 때문에 표류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다. 정부는 경부고속철 노선과 역사건설을 원래 계획대로 강행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