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주요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을 잇따라 발주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확대 경영에 나서고 있다. 2·4분기 이후 급속히 호전된 해운업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연내 6천5백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5척과 30만DWT(화물적재중량 톤수)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 등 모두 7척의 선박을 발주키로 결정,현대중공업과 수주상담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발주하기는 IMF위기 이후 처음이다. 최근 인상된 선가를 감안하면 총 건조대금만 5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와 대북지원 문제 등이 겹치면서 지난 2년간 선박 발주가 전무했다. 이 회사는 올해 연간 컨테이너 수송목표를 지난해 1백70만TEU보다 10% 늘어난 1백84만TEU로 잡았다. 지난 상반기 89만TEU를 수송했으며 3분기부터 물량을 집중운송함에 따라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오는 11월께는 중국 법인을 본부로 격상시키고,전쟁복구 특수가 예상되는 이라크와 이란 등 중동지역에 대한 신규항로를 늘리는 등 항로를 재편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사선을 발주키로 했다. 향후 물동량 증가에 대비,6천∼7천TEU급 컨테이너선 4∼5척(총 3억∼4억달러 상당)을 발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2005년 항로에 투입할 7천5백TEU급 5척을 독일에서 장기용선하는 계약을 지난 4월 맺었다. 그동안 4천TEU급 위주로 운항되던 중국-유럽 항로에 올들어 5천5백TEU급 선박을 교체 투입하는 등 선대 대형화를 통한 중국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상반기 중 상장기업 가운데 1위의 영업이익 증가율(1천8백54%)을 기록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영국의 해운전문 연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내년에도 선복량 증가율(6.2%)이 물동량 증가율(8.0%)에 못미쳐 수요초과가 예상된다"면서 "발주후 인도까지는 2∼3년이 걸리는 만큼 미리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운임지수(90년1월=100 기준)는 작년 12월 102.0에 불과했으나 지난 8개월 사이에 30% 가까이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경기변동에 민감한 해운업계의 특성상 지나친 외형확대 경쟁은 자칫 또다른 유동성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