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방침과관련, 기존 대주주사들과 채권단 등이 반발하고 나서 사업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은 민간기업의 구조개편 과정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입,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한항공, KAI 인수추진 =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KAI의 공동대주주사의 하나인 대우종합기계의 KAI 지분 전체(2천596만주, 의결권 가능보통주 지분의 33.3%)를 인수키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부채비율 감소와 지분확대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되 현대차와삼성테크윈이 유상증자 지분에 대한 권리를 포기(실권)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KAI 지분을 51% 수준으로 끌어올려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오는 10월15일까지 현대차와 삼성테크윈 등 기존 대주주사가대우종합기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채권단이 출자전환 지분의 우선매수 청구권을각각 포기하는데 합의할 것을 본계약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KAI는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과거 항공3사의 과당경쟁으로항공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3사가 빅딜을 통해 동등지분으로 총 2천892억원을 출자, 99년 10월 자산 1조500억원 규모로 출범한 항공부문 통합법인이다. 이후 3사는 334억원씩 증자했으며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도 출자전환, 현재 현대차와 대우종합기계, 삼성테크윈 등 3사가 공동대주주로 약 28.1%씩, 채권단이 1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한미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조흥은행, 동양종금 등 9곳이다. ◆`주주권한 침해' 지적 = 이에 대해 기존 대주주사, 채권단은 주주간 합의사항에 대해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변경을 요구한 것은 권한침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A 채권은행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받은 만큼 채권은행단으로서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인수의사를 갖고 있다면 기존 주주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갖고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옳다"며 "일방적으로 주주의 권한을 일부 양보하는 내용을 인수의 전제조건으로 걸어놓은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삼성테크윈의 경우 KAI 인수에 뜻이 없긴 하지만 대한항공이 지배주주로 자리잡을 경우 자사에 별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 다소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도방식 곤란' 주장 = 기존 대주주사들이나 채권단은 정부가 이번 대한항공의 인수과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로 산업자원부는 대한항공과 나머지 대주주사들의 논의과정에 참석해 의견조율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매매조건에 대해서도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자부는 지난 28일 열린 `주주사 조찬간담회'에서 채권은행단을 대상으로 `대한항공의 요구대로 우선 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일정기간 의결권 행사를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C은행 관계자는 "방산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지분구조 변동은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정부가 간섭하는 형태로 진행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D은행 관계자는 "`주인을 찾아준다'는 산자부의 방침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KAI가 작년말부터 흑자로 돌아선 만큼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라며 "경영성과가더욱 호전되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이후 기업가치가 증대되면 고가 매입을 하는 것이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인수 적격여부' 논란 = 대한항공이 KAI의 인수주체로 적격인가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상반기 부채비율이 323%에 달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대한항공 쪽으로 항공부문이 통합될 경우 대한항공의 부실이 고스란히 KAI로 이전돼 국제경쟁력및 수출산업 목표 달성이 오히려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제작사업본부는 1인당 연간 매출액이 KAI의 3분의 1수준도 안되는 실정"이라며 "특히 유가나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한항공의 업종특수성상 방산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며 이후 정부가 국책사업을 밀어준다면 특혜시비도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경험이 부족한 대한항공이 인수할 경우 신용도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조달 어려움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9년 빅딜 당시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던 KAI측도 이번 대한항공의인수로 또한차례의 구조조정 등 `후폭풍'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산자부 입장 = 대한항공 관계자는 "KAI 인수를 계기로 민수부문과방산부문을 단계적으로 합병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시너지효과 극대화와 기술력 제고를 위해 외자유치도 추진할 것"이라며 "항공부문의 국제경쟁력은 크게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자부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구조개편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대한항공 인수과정에서도 관여한 바 없다"며 "부채 탕감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한바 없다"고 반박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28일에 열린 자문단회의도 대우종합기계측의 요청으로 열린것이며 채권단에 대한 요청 주체도 정부가 아닌 대우종합기계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