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43)는 요즘 "신천지"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기분이다. 지난 4월 발사에 성공한 우주관측 위성 "갤렉스"(GALEX)로 부터 우주형성과정을 밝혀낼 수 있는 미지의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단장으로 있는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은 국내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우주탐사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자외선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서 흥분을 느끼게 됩니다." 이 교수는 "갤렉스가 보내온 정보를 분석하고 논문을 쓰기 위해 앞으로 3년여간은 이 일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갤렉스가 보내온 영상들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자외선 영역에서 우주를 관측한 것으로 은하 형성의 과정과 우주의 나이 등을 밝혀내는 데 활용된다. 이 교수는 지난 99년과 2000년에 네이처와 사이언스지에 '작은 은하들이 합병해 큰 은하를 형성한다'는 '은하형성 이론'을 발표,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도 과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흥분됩니다. 누나들이 배우던 과학책을 보며 하늘의 별자리를 모두 확인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 교수는 '학생과학'이라는 과학잡지를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탐독했고 다른 수업 중에도 과학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 땐 지구과학 선생님을 거꾸로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예일대에서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90년부터 4년간 NASA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워나갔다. 그는 관측우주론의 대가인 앨런 샌디지 박사를 이상적인 과학자로 평가한다. 그래서 샌디지 박사와의 만남을 미국 생활에서 가장 즐거웠던 추억으로 꼽는다. 예일 대학에서 천체물리학 박사과정 때 그의 논문 주제가 바로 샌디지 박사의 우주성장에 관한 이론의 오류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그는 이 뜻을 결국 이루고 샌디지 박사와 일주일 동안 토론할 기회까지 얻었다. 이 교수는 지금도 "논문은 피가 잉크로 변하는 작업"이라던 샌디지 교수의 말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논문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국내 연구환경에 대해서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이 교수는 "첫 논문을 쓰는 데 2년에 걸쳐 1백번 이상을 수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갤렉스로부터 얻은 정보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논문 목표 건수도 당초(90여편)보다 더 늘려 잡았다. "순수 우리 기술로 우주관측 위성을 만드는 게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공학박사 학위를 따고 싶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