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여부가 노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취업자'란 새로운 개념을 도입, 이들에게 산업재해보험을 부여할 방침이어서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과 보험설계사, 레미콘 운송기사 등 특수고용직들의 근로성격과 작업환경 등에 비추어 현행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데도 정부가 계속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만약 산재보험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될 경우 파업 등 총력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경영계는 다른 측면에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가 대법원도 부정한 이들의 노동자성을 보완하기 위해 '취업자'란 새 개념을 만들어 낼 경우 '화물연대 파업사태'처럼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걸핏하면 집단행동에 나설 소지가 크고 이는 노사 갈등의 새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부의 새로운 접근: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개념 '취업자' =노동부는 오는 2005∼2007년중 골프장 경기보조원과 보험설계사, 레미콘 운송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을 적용키로 하고 산재보험 적용 대상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방안에 관한 1차 연구보고서'는 특수고용직에 대해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산재법 내에 '취업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적용하도록 해놓았다. 이 보고서는 노동부의 의뢰로 작성된 만큼 정부의 산재법 개정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이와는 별도로 '특수형태 근로자(특수고용직)'를 보호하기 위한 '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검토 중이다. ◆ 노ㆍ사ㆍ정의 새로운 갈등불씨 =정부의 이같은 '어정쩡한'태도가 오히려 노사 갈등의 불씨를 키운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수년간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주장해 왔는데 정부가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산재법을 개정할 경우 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영계도 정부가 특수고용직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가 '화물연대 파업사태'처럼 더욱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알선제 폐지 등 화물연대측 주장의 상당 부분이 정책과 연관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 초기 정부는 오히려 "화물연대 차주는 노동자가 아니어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며 발을 빼는 바람에 사태가 더 어렵게 진전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업확산으로 당황한 정부가 '시장원리'를 고려하지 않고 노사합의를 강요함으로써 수요(화물량)와 공급(화물자동차 수)에 의한 가격(운임) 결정방식이 깨졌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특수고용직에 대한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는 언제 불거질지 모른다"며 "이 경우 그 피해도 '화물연대 사태'처럼 기업이 일방적으로 감당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