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정을 둘러싼 신경전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 의회 회계감사국(GAO)이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의 불공정가격 수출품과 경쟁하는 미국업체 피해를 조사해 달라"는 미 의회 중소기업위원회의 공식요청에 따라 지난주 이들 국가에 대한 환율조작 조사에 착수했다니 말이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미국측이 통상보복에 나설 경우 자칫 대규모 무역전쟁으로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이 환율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까닭은 엄청나게 늘어난 국제수지 적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한 미 경상수지 적자가 올해 5.1%, 내년 4.9% 등 좀처럼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4개국이 미국 제조업 무역적자의 75%를 차지하고 있다는 도널드 맨줄로 미 하원 중소기업위원장의 지적에서 보듯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 정계로선 업계의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율에 관한 한 아시아 국가들을 일률적으로 취급하는 건 곤란하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만 해도 우리의 1백29억달러는 중국의 1천31억달러나 일본의 7백억달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작년 이후 원화절상률도 10.8%로 동남아국가들 중 가장 높은 편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자국 환율이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중국 외에 우리나라를 환율조작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미국내 85개 무역관련협회가 회원인 '건전한 달러화를 위한 연대'와 미국 제조업체연합회(NAM)가 우리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문제삼는 것도 온당치 않다. 환율 급변과 환투기 방지를 위한 '미세조정'은 IMF도 인정하는 사항으로서 인위적인 환율조작과는 전혀 다르다. 정부당국도 이번 기회에 외평채 발행을 통한 환율안정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환차손과 국내외 금리차로 인해 외평채 적자규모가 2조4천3백67억원이나 된다니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