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근육질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56)가 10월 7일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 후보로 나서서 화제다. 슈워제네거는 독특한 억양을 쓰는 오스트리아 태생 보디빌더로 편당 수천만달러의 출연료를 받는 세계적 배우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연예인의 정치 입문 사례는 적지 않다. 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뒤 백악관에 입성한 레이건 전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98년 11월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된 제시 벤추라와 테네시주 상원의원 프레드 톰슨 모두 배우 출신이다. 2000년 7월 일본의 첫 여성 건설장관이 된 오기 지카게(扇千景)는 다카라즈카(寶塚) 가극단 출신 배우로 77년 참의원에 당선된 뒤 4선 의원이 됐고,필리핀의 조셉 에스트라다도 배우로서의 인기를 업고 대통령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미디언 이주일,가수 최희준,영화배우 신성일,탤런트 최불암 정한용 강부자 김을동씨 등 상당수의 연예인이 정계에 진출했다. 그러나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고 했던 이주일씨나 쿠데타로 낙마한 에스트라다의 경우에서 보듯 인기를 바탕으로 한 정계 진출이 성공한 예는 흔치 않다. 슈워제네거는 공화당이지만 낙태 찬성 등 중도우파적 성향을 보이는데다 카리스마와 정치자금 동원력도 지녀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도 한다. 워낙 유명한데다, 존 F 케네디 전대통령의 여동생 유니스 케네디와 72년 부통령 후보였던 로버트 쉬라이버2세의 딸로 일찍부터 정치판 생리를 알고 선거도 치러본 방송기자 출신 부인 마리아 쉬라이버의 영향력도 무시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정부 운영 능력에 대해선 조사 대상의 45%만 '신뢰한다'고 답했다는 보도도 있다. 레이건의 성공은 47년부터 미국 노동총연맹 산하 영화배우협회 회장을 20년 가까이 맡는 등 오랜 정치수업을 한데다 분명한 정치철학을 지닌 데 기인한다.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3'에서 "좌절보다 분노가 낫다"고 말한다. 이민1세로 당대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온 그가 과연 정치가로서의 변신에도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