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의 임단협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8일 가결됨으로써 무려 4개월을 끌었던 이 회사의 올해 임단협이 최종 마무리됐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구태의연한 협상방법과 소모전을 올해도 되풀이 하면서 장기파업에 따른 생산손실, 국가경제적 충격, 협상결과에 대한 재계의 반발 등 엄청난손실과 후유증을 남겼다.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회사 국내외 공장에서 1조5천억원이 넘는 생산손실이 발생했고 3천400여개의 1.2.3차 협력업체들은 추석을 앞두고 줄줄이 도산 위기를 맞고있다. 많은 임금인상과 성과급 및 일시금, 주5일 근무제 실시, 노조 경영권 참여 제한적 약속 등의 협상 결과를 두고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현대자동차 때문에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노사는 올해 협상 과정에서 그동안의 불신과 반목, 대립적 관계에서 민주적이거나 화합적 관계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도 민주노총 공동 요구사항인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처우개선,노조의 경영참여 등의 정치적 요구사항을 들고나와 '파업을 위한 협상'을 했고 이는끝내 장기파업으로 이어졌다.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이 겹쳐 가뜩이나 쟁점이 많은데 양측 각각 30명이 넘는 교섭위원이 마주앉아 입씨름하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답습했고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확보에 매진해야할 사장이 1년의 3분의1을 꼼짝없이 노사 문제에 매달려야 했다. 회사 안팎에서 "노조가 회사를 거들낸다"거나 "회사 말아 먹는다", "현대자동차는 머지않아 망한다", "망해봐야 안다"는 등등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모든 것이 노조로만 통하는 지금의 노사 관계나 시스템으로는 "내몫만 많이 챙기면 된다"는 식의 조합원들의 의식을 동반자적이나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데 있다. 말이 '현대자동차 근로자'이지 회사는 노조의 우산 아래 있는 조합원들에게 임금만 지급할뿐 말 한마디, 유인물 한 장도 제대로 배포하지 못하고 교육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노사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근로자들의 의식이 개혁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울산지방 노동사무소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노사관계를정확히 분석, 의식개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접근 가능한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문화적 기반을 만들어 세계적 회사의 근로자다운 자존심과 긍지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 "연봉이 얼마인데 그러느냐"는 국민여론에 몰릴수록 노조를중심으로 뭉칠 수 밖에 없는 근로자들을 동반자적 관계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도 이제는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배신감을 불식시키지않으면 안되게 됐다. 현대자동차 주변에서는 "노조위원장이 사장이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나오고있는데다 절대평등을 요구하거나 작업능률마저 무시하려는 노조의 절대권력에 대해우려하는 시각이 적지않다. 스스로 '노조원이기 전에 회사 근로자'라고 생각하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며 작업시간 준수와 능률의 향상, 회사 직제의 존중과 관리자 신뢰 등 큰 것보다 사소하고상식적인 문제들부터 바로 잡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제는 우리의 노사관계가 바뀌지 않으면 더이상의 경쟁력은 없다"며 "노사가 진실하게 마주앉아 회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분위기가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기자 sjb@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