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의 뜻하지 않은 유고(有故)로 그룹의 구심점을 상실하게 된 현대그룹의 향후 경영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과 강명구 현대택배·엘리베이터 회장,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역할을 분담하며 현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각 사의 경영책임을 맡으면서 대외적으로 강명구 현대택배 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그룹을 대표,대외업무를 챙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부 살림살이는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이 총괄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정 회장의 사법처리에 대비,이같은 방향으로 경영구도를 마련하는 선에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신창이가 된 그룹을 다시 추스를 중임을 맡게 되는 노 사장은 지난해 9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 회장이 기용한 인물. 공인회계사 미국공인회계사 선물거래중개사 증권분석사 등의 다양한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룹내 대표적인 기획통이다. 재무전문가지만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 사장은 현대상선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노 사장이 대북사업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계속해서 맡게 될 대북사업과는 일정거리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강 회장은 1972년 현대건설에 입사,현대중공업을 거쳐 현대전자 현대건설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현대택배 부회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하이닉스 등 계열사 부실에 따른 지원부담이 해소되면서 완전히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강 회장은 채권단 정부 등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규 사장은 정 회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현대아산을 책임지고 금강산 육로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사업을 맡을 전망이다. 정 회장이 김윤규 사장 앞으로 작성된 유서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당부하며 자기 대신 남북경협사업의 방향을 잡아달라고 당부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일단 김 사장이 현대아산과 대북사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건설 부사장과 현대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을 겸하면서 정 회장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김재수 위원장은 대북송금 관련 피의자라는 신분을 감안,일상적인 그룹 내부일을 챙기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