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石鉉 < 仁耕院長(前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 복을 가져다 준다는 복권을 놓고 세상이 시끄럽다. 마치 복이 아니라 다루기 힘든 '뜨거운 감자'인 것처럼 공론이 분분하다. 지금 로또복권의 논쟁은 여당의 정책위 의장이 출시된 지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이 복권의 게임디자인 변경을 시도하면서 비롯됐다. 사행심 억제를 이유로 장당 판매가격을 1천원으로 낮추고 1등 당첨금액을 현 46.5% 수준에서 30%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7개월 전 정부는 국민의 사행심 억제를 외치면서 로또복권 출시를 허가했다. 허가의 명분으로 19종에 이르는 기존 복권 시장의 비효율과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편, 업무통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편방향은 복권과열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자칫 부작용만 유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로또복권은 사업 특성상 판매가격이 정부규제에 의해 일정금액으로 정해져 있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없다. 가격이 높으면 복권의 재화가치가 높아지고 반대로 가격이 낮아지면 재화가치는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판매액에 따라 당첨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복권정책의 방향은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복권업무의 통합효율화와 사행심을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여기서도 선택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로또복권의 장당 판매가격을 1천원으로 낮추면 판매액 감소와 함께 1등 당첨금은 당연히 줄어 결국 기존 다른 복권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복잡한 복권종류와 과당경쟁의 유통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복권업무통합이란 당초 목표도 물 건너가게 된다. 그러므로 복권 정책은 업무통합의 효율화와 사행심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 중에서 먼저 복권통합의 경제적 효율화를 실현하고 다음에 사행심을 억제하는 제도개선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로또복권 발행으로 조성되는 공익적 기금의 투명한 관리와 배분의 우선순위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로또복권의 2003년 예상판매액은 주간 판매액을 1년간의 판매액으로 환산한 결과 약 3조3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근거해 판매액의 약 30%가 정부수익금으로 들어온다고 가정할 때 1조원 안팎의 기금이 조성될 수 있다. 복권 구매자의 간접기부로 이루어진 거액의 공익 자금인 셈이다. 조성된 기금의 투명한 관리와 합리적인 배분 기준은 로또복권 발행의 취지를 살리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유익한 공익기금조성을 통한 로또복권의 긍정적 효과 극대화와, 사행심 및 근로의욕 저하 등 부정적 효과의 극소화를 실현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로또복권의 공익적 기금조성과 복권통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때마침 복권의 열기도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진정되는 추세다. 앞으로 나타날 복권피로(lottery fatigue) 현상까지를 감안하면 조성되는 공익기금을 어떻게 국민의 복리를 위해 사용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조성된 기금이 정부예산과 중복사용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유용하게 쓰인다면 국민과 복권 구매자들은 거부감 없이 동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복지증진 및 간접기부자의 만족을 충족해 주는 방향으로 새로운 배부기준과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게임 참가자의 소비형태와 의식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대박을 터뜨려 큰 몫을 챙기려는 무모한 구입행위는 허망한 의사결정이다. 기대효용의 발생확률을 모르는 무분별한 소비행태이기도 하다. 복권을 많이 살수록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나 당첨확률의 현실적 차이는 별로 없다. 그러므로 모든 복권 구매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함께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구매를 해야 한다. 한 장의 복권을 사서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다 당첨되면 행운의 여신에게 감사하고, 당첨되지 않으면 '꽝'에 미소지을 수 있는 식견이 있을 때 비로소 로또복권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건전한 오락으로 정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