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법원의 새만금 공사 중단 결정에 반발해 사퇴한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 후임에 허상만 순천대 교수를 임명했다. 허 장관은 총장을 역임하면서 대학행정을 이끌었고 지역사회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던 만큼 경험을 살려 농정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새 장관의 어깨에 걸린 책임은 막중하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전북도, 환경단체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새만금 공사 문제는 우선 풀어내야 할 과제다. 새만금 사업은 사법부가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형 국책사업에 제동을 거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상황이다. 이에대해 전북도는 새만금사업이 중단될 경우 위도 원자력폐기물 처리장 유치신청과 전국체전을 반납하겠다고까지 나오고 있다. 새 장관은 이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조5천억원이나 투입된 대형 사업이 국익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야만 한다. 그런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판결이 마음에 안든다고 주무부처 최고책임자가 불쑥 사표를 던지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조속히 매듭되도록 농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FTA는 세계적 추세로 이미 1백84건이 체결되고 70건이 진행중이다. 국회에서 총선을 의식해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세계무역질서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될 형편이다. 농민들의 피해와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장개방에 따른 대응책을 세심히 마련해야 한다. 이외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고 있는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쌀시장 개방 재협상, 공급과잉 사태를 빚고 있는 낙농가 문제등 농업과 관련된 현안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WTO각료회의에서는 농업분야에 관한 세부원칙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내년의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서는 현재의 최소시장 접근방식이 아니라 수입쌀의 관세화 여부가 중점 논의될 예정이다. 새 장관은 한국이 외톨이가 되지 않으면서 최대한 농업과 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궁리하고 방향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인기를 의식해 농민단체 편에만 서서 될 일도 아니고 힘으로 농민들을 욱박지르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우리는 한국 농업의 구조적 문제가 장관 한 사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 장관은 진정 나라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임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