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민간 단체에 부여된 금융통화위원 추천권 세 자리 가운데 두 자리를 없애는 대신 각각의 추천 권한을 하나씩 더 늘리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나눠먹기식 담합'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일 재경부와 한은에 따르면 두 기관은 은행연합회장과 증권업협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부여된 금통위원 추천권 가운데 은행연합회장 몫을 제외한 두 민간 단체장의 추천권을 없애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신 재경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한 자리씩 추천권을 추가 행사키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와 한은은 그동안 국회에 계류 중인 한은법 개정안과 관련, 금통위원 추천권 배분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으나 서로에게 '득'이 되는 새로운 절충안을 만들어 낸 것. 재경부와 한은은 이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오는 22일 열리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모두 7명인 금통위원(당연직 위원인 한은총재 포함)은 재경부 장관과 한은 총재 추천 인사가 각각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나고 증권업협회장과 대한상의회장 추천권은 없어진다. 각각 한 명씩인 금감위원장과 은행연합회장 추천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당초 한은측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한은 부총재의 당연직 금통위원 요구는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시장이 어느 분야보다 금리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도 정작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의 금통위원 추천권을 없애기로 한데 대한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시장과 실물 경제를 모르는 전직 뱅커와 관료출신들로만 금통위를 구성해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발상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재경부와 한은은 한은법 개정안 가운데 한은의 경비예산 승인 문제에 대해서는 권한을 현행 재경부에서 기획예산처 등 다른 부처로 옮기는 선에서 타협점을 거의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마찰을 빚은 금융회사에 대한 한은 단독검사권 보유 문제도 '백지화'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은의 지급결제제도 총괄 관장과 관련해서는 한은과 금감원이 여전히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결제원ㆍ증권예탁원 전산망을 한은 결제망(BOK-wire)에 접속하는 기준과 방식 등을 한은이 관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용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은은 여전히 모든 지급결제망을 총괄 관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백26명의 여ㆍ야 의원 발의로 만들어진 한은법 개정안은 재경부ㆍ한은ㆍ금감원의 입장 차이로 인해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이번 국회 회기 중에 다시 논의키로 돼있다. 김수언ㆍ안재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