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여부가 국제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한국 일본 등 당사국과 핵 전문가들,국내외 언론들 어느 쪽도 북한의 핵 재처리에 대해서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국민들은 얼마나 헷갈릴까. 이같은 혼란의 단초는 북한이 제공했다. 북한은 지난 8일 뉴욕에서 미국과 실무급 비공식 접촉을 갖고 "영변 핵시설 폐연료봉 8천개에 대한 재처리작업을 6월30일 완료했다"고 밝힌 것. 북한은 "적절한 시기에 5MW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추출작업을 할 것"이라고 엄포까지 놨다.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북한은 이번 핵협상에서 기존의 '벼랑끝' 전술을 넘어 생사(生死)를 건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핵 재처리를 '금지선(레드라인,red line)'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에 북한에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이른바 '추가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일부에서는 그들의 재처리 주장을 믿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외교부는 "정보(핵) 관련사항은 정부 차원에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긍정도 부인도 않는 'NCND'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제각각이다. 한쪽에선 "재처리 주장은 협상전술의 일환으로 북한이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반면,다른 쪽에선 "북한이 숨겨진 지하시설에서 작업을 했다면 재처리를 충분히 끝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시점에도 북핵에 대한 전세계의 궁금증은 계속되고 있다. 북핵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날은 언제일까. 권순철 정치부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