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일수록 서민들은 어디에서 돈을 융통해야 할지 난감하다. 시중 은행의 문턱은 불경기 때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한푼두푼 정성들여 모은 '종잣돈'을 투자하기에도 일반은행의 금리 수준은 성에 차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할부금융사 등 서민 금융회사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때마침 이들 금융회사도 '기초 체력'이 튼튼해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일반 은행에 버금가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캐피털사들은 오토리스 등의 상품으로 최근의 경기불황을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고 있다.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비과세'의 장점을 내세워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 튼튼해진 저축은행 =상호저축은행은 서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해주며 서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서민금융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저축은행의 고객은 서민과 영세상공인, 중소기업들이며 그 수가 약 3백10만명에 달한다. 저축은행은 2003년 5월말 현재 1백15개가 운영되고 있고 여기에 1백12개 지점과 5개 출장소를 합치면 점포수는 2백27개에 달한다. 한마디로 전국 주요 도시마다 저축은행이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업규모도 수신금액은 약 24조원, 여신금액은 21조원을 초과하는 등 서민 금융의 중추기관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경영성적도 좋아 올 6월말 결산에서는 업계 전체로 1천6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 회계연도의 1천2백80억원에 비하면 약 25% 커진 것이다. 물론 저축은행들도 문제는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은 2조7천여억원으로 이 중 연체금액은 1조1백64억원에 달했다. 연체율이 무려 37.3%로 지난해 말의 29%에 비해 8.3%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는 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4%에서 5%로 높이는 시기를 내년 7월로 1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우여곡절끝에 저축은행들은 무리한 대출을 자제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적극적인 경영기법을 도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 비과세로 공략하는 신협과 새마을금고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비과세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모든 예ㆍ적금 상품들은 1인당 2천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절세를 통한 이자 수익을 얻는데 가장 적합하다. 정기예탁금의 경우 1인당 2천만원까지 1.5%의 농특세만 부과되는데, 다른 금융회사 예금상품에는 16.5%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연리 6%의 상품에 2천만원을 1년간 예탁할 경우 신협ㆍ새마을금고에서 받는 이자금액은 1백18만2천원으로 같은 금리를 주는 타 금융회사 상품의 1백만2천원보다 18만원을 더 받게 된다. 게다가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저축 상품들은 시중 은행보다 금리도 높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1년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5%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예ㆍ적금은 자체 예금보호준비금으로 시중 은행과 동일한 1인당 5천만원까지 보장해 주고 있어 안정성에도 문제가 없다. 여기에 새마을금고는 이미 92년도부터 새마을금고 종신공제나 지킴이 질병공제 등 다양한 공제 상품을 전국 3천1백93개 새마을금고 영업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실생활에 밀착한 '틈새 상품'들이 적지 않아 각종 공제 상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 안전상품인 오토리스로 성장하는 캐피털사 =불황기에는 물건을 직접 사기보다 빌려쓰는 렌털산업이 각광을 받는다. 이에 따라 할부금융사들은 최근의 경제불황을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빌려주고 매달 리스료를 받는 오토리스 사업이 뜨고 있다. 재작년 오토리스사업을 시작한 현대캐피탈은 올 초 세웠던 리스 실적 목표를 얼마 전 상향 조정했다. 당초 목표치였던 4천억원을 5천5백억원으로 크게 올린 것. 삼성캐피탈도 '자동차 메인터넌스 리스백'이라는 신종 상품을 선보이며 오토리스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고객 맞춤형 오토리스 상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적극 부응한 상품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외에 산은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주요 할부금융업체들과 AVIS 금호개발 대한통운 등 전문렌터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오토리스 시장도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ㆍ4분기 승용, 승합, 화물차 등 오토리스 실행액은 총 2천1백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백72억원에 비해 1백24.5%나 성장했다. 오토리스 도입 초창기던 지난 2001년 1ㆍ4분기 실적이 1백8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만에 시장이 1천% 이상으로 급팽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할부금융사들이 새로우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는 과정에서 오토리스가 크게 부각됐다"며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오토리스는 앞으로도 자동차금융 상품의 주력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