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은 지난 2000년 6월,코스닥에 상장할 당시만해도 원자력제어계측장비 회사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기술의 김덕우 대표가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CEO(최고경영자)인데다 원자력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제어계측 장비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기술은 현재 디지털 멀티미디어 가전 회사로 변신해 있다. 김 대표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1백60억원 정도로 잠정 집계돼 전년동기 대비 57%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상반기 매출에서 원자력제어계측기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코스닥에 상장할 당시만 해도 이 비중은 70%를 웃돌았으나 지속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이젠 디지털 멀티미디어 사업부가 우리기술 매출액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 홈시어터와 케이블 셋톱박스 등 복합 멀티미디어가전 제품을 만들어 거의 전량 수출한다. 우리기술은 세계적 거대기업인 모토로라와 미국의 오디오명품 회사인 하만-카돈 및 JBL 등에 홈시어터와 복합 멀티미디어가전 및 오디오시스템 등을 공급한다. 김 대표는 "매출 비중이 미미해지고 있는 원자력제어계측사업부마저도 조만간 분사형태로 우리기술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제어계측사업부가 독립 회사로 분사돼 자율 경영으로 매출 확대 전략을 따로 짤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기술은 디지털 멀티미디어 가전회사로 불려지기를 원하며 앞으로도 가전 업종에서 성장 비전을 찾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기술은 멀티미디어 가전과 더불어 청소 로봇과 같은 로봇가전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우리기술은 2년여 전에 회사 발전 비전에 따라 로봇연구소를 설립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김 대표는 "원자력제어계측기 부문을 떼어냄으로써 산술적으로 우리기술의 매출액이 약간 줄어들겠지만 수익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제어계측분야의 '유망 벤처'로 출발했던 우리기술이 '멀티미디어 가전'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