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한개를 내놓기 위해 마케팅 담당자들은 1년여전부터 피땀을 흘려야 한다. 코리아나의 시판용 화장품 '엔시아' 담당팀도 다를 바 없었다. 그 어느 브랜드 개발때보다 각고의 노력을 쏟아야 했다. 직판으로 출발한 코리아나는 90년대 중반 유통 다변화라는 과제에 부닥쳤다. 시장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성장여력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직판위주로 짜여진 매출구조에 균형을 갖추고 수입화장품의 공세에도 대비해야 했다. 이전부터 '세레비오'라는 브랜드로 전문점에서 제품을 팔고 있었지만 주력부대로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당시 전문점 시장은 이미 과다경쟁이 붙어 있었다. 고가 제품군은 태평양 LG생활건강의 빅브랜드들이 꽉 잡고 있었고 범용시장은 한국 한불같은 중견 기업부터 수많은 군소 회사까지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이런 시장에 후발로 뛰어드는 것는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담당팀은 시장을 뚫기 위해 '범용'이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진 제품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범용 제품군안에서 중·고가라는 틈새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었다. 직판에서 쌓은 고급제품 이미지가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다. 주타깃은 감성적이며 유행에 민감한 20대 초반부터 20대 중반으로 잡았다. 이들은 유행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개성에 맞추어 수용하는 연령층이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르는 비타민'이었다. 먹는 비타민을 얼굴에 바르라는 독특한 컨셉트. 당시 화장품 매장에는 식물화장품,광물화장품,해조화장품,온천화장품등 성분을 내세운 제품들이 대다수였기 때문. 모든 마케팅은 '비타민 화장품=엔시아'라는 이미지를 확립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용기색상은 오렌지색으로 정했다. 비타민C의 상징격인 오렌지색의 싱싱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오렌지색 엔시아'라는 카피를 내세워 컬러마케팅에도 나섰다. 비타민이 피부미용에 구체적으로 미치는 효과도 내세웠다. 유·수분,미백,자외선,주름,각질 관리용으로 세분화시켰다. 건성 복합성 지성 민감성등 피부타입별로 나누던 게 대부분이던데서 구체적인 기능강조는 두드러졌다. 이와함께 튀는 이미지의 신세대 CF스타 김민희를 기용해 대대적인 TV광고를 펼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후 내놓은 서브 브랜드 역시 일관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뒀다. 초록색 엔시아,엔시아 티플러스,엔시아 인센티브,엔시아 화이트,엔시아 컬러피트….신선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구체적인 피부미용기능을 하나씩 추가해갔다. '2만원대이되 3만원대 이상의 이미지'라는 대전제 아래 엔시아측은 전략적인 브랜드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