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경제·경영학교수들로 구성된 한국CEO(최고경영자)포럼이 최근 국내상황을 우려하는 성명서를 내게 된 배경이나 까닭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은 성명서 도처에 배어 있다. 노사간 첨예한 이해상충과 이에 대한 정책 혼선,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불안의 확산,투자부진과 청년실업의 확대 등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활력을 찾지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CEO포럼의 지적은 사실 그대로다. 올해 경제성장이 3%대에 그칠 것이라는게 경제연구소들의 공통된 전망이고 보면 이대로 갈 경우 내년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 또한 자명하다. 바로 이런 상황인데도 진보와 보수,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불법파업과 집단이기주의가 줄을 잇고 있고 반시장 반기업적 주장이 날로 드세지고 있는 국면이기도 하다. 결국 다음 세대에 가난을 다시 물려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결코 지나치다고 하기 어렵다. 잘 나가다가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고 만 몇몇 남미국가들처럼 한국경제도 결국 소득 1만달러선에서 앉은뱅이가 되고 말 것이라는 주장이 강해지는 것도 충분히 이유가 있다. 왜 오늘과 같은 상황이 빚어졌을까. 우선 경제성장에 대한 잘못된 국민인식이 문제다. 빈부격차 지역간 명암 등 불균형은 어느 나라건 성장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졌던 문제다. 그것은 경제가 성숙단계에 이르면 해소(완화)되는 성질의 것이고,아무리 서두르더라도 시간이 걸려야 해결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과정이 압축적이었던 까닭도 겹쳐 불가피하게 빚어진 성장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그 해결에 조급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현실에 대한 애정이 결여된 과잉비판,비판을 위한 비판이 경제성장과 기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한국적 현실을 이해하기보다는 문어발경영이니 차금(借金)경영이니 하며 기업행태 전반을 비난하는 주장들이 결국 부채비율 2백% 규제,출자총액제한 등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책을 불렀다고 봐야 한다. 참여정부는 바로 그런 흐름의 분출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성장과 분배(복지)가 동전의 양면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뒤쪽만 강조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CEO포럼의 주장대로 잘못 제시된 국정 청사진은 바꿔야 한다. 성장의 가치는 여전히 높고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