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조는 파업을 통해 매각 백지화를 제외하고 원하는 것들을 대부분 얻었으나 파업 과정에서 훼손된 영업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업 기간에 엄청난 돈이 빠져나갔고 고객도 상당 수가 이탈했지만 2∼3년 후에는 어차피 신한은행에 합병되기 때문에 다시 조흥은행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번 기회에 신한은행으로 거래를 옮기는 고객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파업 기간에 예금이 대규모로 인출되고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 유동성 위기를 겪었으며 전산망이 마비 일보 직전까지 가면서 유.무형의 큰 피해를 보았다고 금융계 관계자들이 22일 지적했다. 특히 개인이나 기업 고객들의 돈을 제때에 입출금시키지 못한 것은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의 '역할'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20일 원화예수금, 외화예수금, 은행.신탁.종금계정 등에서 8천5억원이 빠져나가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지난 18일 이후 총 5조8천741억원이 인출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예금 인출이 본격화된 지난 16일부터 계산하면 7조여원이 정도가 빠져나갔고 18일에는 하루에만 3조3천451억원이나 이탈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조흥은행의총 원화예수금 50조원 가운데 14% 이상이 인출된 셈이다. 조흥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국민, 우리, 하나, 한미은행과 신한은행 등으로 골고루 흘러들었다. 조흥은행 파업 기간에 은행 예수금이 국민은행은 하루 6천억∼7천억원, 한미은행이 2천억∼3천500억원, 하나은행이 2천500억∼4천500억원씩 각각 증가했고 신한은행도 2천억∼4천억원 정도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나 전산망은 직원만 있으면 문을 열거나 가동이 가능하지만 한 번 빠져나간 돈이 들어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조흥은행의 경우 신한과 통합을 앞두고 있어 영업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흥은행이 파업 기간에 인출된 예수금을 회복하는 등 영업력을 하루 빨리 제 궤도에 올리지 못할 경우 향후 통합 협상에서 고용 유지와 임금 인상등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