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한진중공업 사장은 13일 부산 영도조선소 내 크레인에서 단독 농성 중인 노조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노조 간부와 담판을 벌였다. 지난달 16일 6차 임단협에 참석한 이후 두 번째다. 지난 11일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회의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노조와 한 차례 충돌이 있었던 직후라 김 사장은 만사를 제쳐두고 노사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이날 고용보장을 단체협약에 명문화시켜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김 사장은 "고용보장은 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는 것이지 사장이 협약서에 사인한다고 해서 가능한 게 아니다"라며 설득했다. 기업 경영진이 할 일을 못하고 있다. 임단협에 쫓아다니고 시위 중인 노조위원장을 설득하느라 정작 본업은 뒷전이다. 심지어 사장실까지 점거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해외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상갑 회장은 창원지방노동사무소의 부당노동행위 조사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될 처지다. 창원지검에 고발된 이 회사 경영진은 김 회장을 포함,8명에 이른다. 이연재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지난 4월23일부터 노조원의 사장실 점거로 5일 동안 집무실에 발을 들여놓지 못해 선주사 미팅 등 중요 업무가 미뤄졌다. 회사측이 해고자 복직,주 40시간 근무제 실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단체교섭에 응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게 이유였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가 기존에 체결한 단체협약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노조측의 쟁의조정신청을 기각했지만 아직도 임금협상이라는 가시밭길을 넘어야 한다. 지난달 29일 오후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그랜드컨티넨탈호텔에 모인 현대차 기아차 GM대우차 등 완성차 업체 사장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사관계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동진 현대자동차 사장은 "노사 합의가 안돼 전주 상용차공장 합작법인이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합작 상대방인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노사 관련 일이 너무 복잡해 시간과 노력을 쏟다보니 다른 일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소진관 쌍용자동차 사장도 "사장은 노조 심부름꾼이나 마찬가지"라며 "노노(勞勞) 갈등까지 뜯어말려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이영국 GM대우차 부사장은 "최근 노사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1940년대 미국의 노사 대립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장들은 하나같이 "현대차 노사관계가 어떻게 해결될지만 쳐다보고 있다"며 현대차의 '분발'을 기대했다. 김홍열·이심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