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에 은행권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올랐던 소호(SOHO) 대출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부실화될 위험에 처했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은 부도 발생률이 높은 심한 업종들을 중심으로 신규대출과 만기 연장을 앞다퉈 제한하기 시작해 소호기업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실정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달부터 러브호텔 등 음식.숙박업과 가죽.신발업, 정보처리업, 광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소호상품 대출을 제한한 데 이어 조흥은행[00010]도 내수 경기 침체로 소호 대출 연체가 급증함에 따라 경기 변화에 민감한 숙박업, 소프트웨어, 도.소매, 건설업종에 대한 신규 대출 제한하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소호 대출 확대에 주력해 온 국민은행[60000]도 숙박업종과 음식 및 서비스업종의 부실화가 심화되자 이들 업종에 대한 신용 위험 관리를 대폭 강화, 부실 기업들에 대한 디마케팅(Demarketing)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사업성이 유망한 우량 소호 기업들은 영업점 단위로 적극적으로 발굴.지원하는 등 선별적으로 영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소호업종 대부분이 내수와 관련돼 있는 데다 담보물도 담보능력이 취약한 상가 건물이나 오피스텔 등이어서 신용 위험에 크게 노출 돼 있다"고지적했다. 하나은행[07360]은 지난 3, 4월 두 달간 시장 조사를 거친 결과 소호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연체율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신용 평가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형 쇼핑몰의 경우 수시로 가게가 바뀌거나 빈 사무실이늘어나고 있다"며 "경기 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목욕탕과 이발소, 건설업, 숙박업, 음식업 등에 대한 신용 상태와연체율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위험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출 자산의 건전성 제고 측면에서 적절한 대응 조치이지만 무리한 `밀어내기'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가계와 함께 서민 경제의 한 축인 소기업들이 심각한 자금 경색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소기업을 주축으로 한 소호 대출이 새로운대출 수요 창출을 위한 수익 기반으로 각광받아 왔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가계 대출 부실과 함께 건전성을 위협하는 복병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최윤정기자 rhd@yonhapnews mercie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