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논리적이고 치밀한 사람이다. 때문에 지난 74년 약관 27세에 대전지방세무서 소비세제과장으로 취임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그후 29년 만에 다시 경제부총리 자리까지 올랐을 것이다. 기자는 김 부총리가 지난 2월 과천으로 출근하기 전까지 소문으로만 그런 평을 들었다. 그러나 '1가구1주택 양도소득세 과세방안'이 공론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같은 얘기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1주택 과세' 공론화를 위해 완벽하게 각본·감독·주연의 1인3역을 소화해냈다. 김 부총리는 '5·23 부동산 대책' 발표시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할 거냐"라는 질문을 받자 "1가구1주택도 양도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조세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일단 '기획안'을 내놓은 것이다. 김 부총리는 다시 열흘 후인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1주택 과세 공론화' 의견이 결코 우연히 꺼낸 얘기가 아님을 확인했다. 그는 "1주택 과세방안은 사무관 시절부터 나온 얘기"라며 "늦어도 4∼5년 후면 주택보급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올해 공론화,내년 입법화 과정을 거쳐 1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해뒀던 '각본(일정)'을 제시했다. 그리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비전이 발표되는 4일까지 이를 엠바고(보도자제)로 부쳐줄 것도 요청했다. 이튿날 저녁 김 부총리는 치밀한 일처리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재경부 공보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4일 발표자료엔 1주택 과세방안을 넣기가 부담스럽다"며 "기자들이 질문을 해주면 추진방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기자들까지 '조연'으로 끌어들이는 '감독'역을 한 셈이다. 김 부총리는 4일 오후 '각본대로' 질문을 받고 추진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부총리는 말미에 "1주택 과세는 법 개정사항이므로 정치권이나 언론이 반대하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며 '공'을 국회와 언론에 떠넘기는 노련함까지 보였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