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단소송제와 공익소송제 등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기업상대 소송대란을 우려하며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기업의 소송리스크 전망과 정책대응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증권관련소송은 97년의 106건에서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98년에는 610건으로급증했고 99년 312건, 2000년 279건에 달하는 등 외환위기후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또 기업이 주주 또는 소비자 관련 소송에 대비해 들어두는 손해배상책임보험료부담액도 97년의 14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천150억원으로 7배 이상 급증, 소송리스크가 기업경영의 새 부담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증권관련소송이 외환위기 직후 급증했다 감소추세로 돌아섰지만 정부가올해에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회계제도 개혁 등을 추진하고 내년에 ▲공정거래법위반행위에 대한 원고입증책임 경감 ▲정부가 피해자 대신 소송을 제기하는 공익소송제의 입법 등을 추진하면 앞으로 2-3년내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대규모 소송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집단소송제와 회계제도개혁을 우리보다 앞서 시행중인 미국의 경우 지난해 증권집단소송건수는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259건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회계제도개혁법(Sarbanes-Oxley Act) 도입 이후 기업의 소송방지와 대응 비용은 1년새 90%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제조물책임 관련소송의 경우도 한국에서는 아직 관심도가 낮지만 미국에서는지난해 4만2천여건이 발생할 정도로 기업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국기업들의 이같은 소송관련 리스크가 머지않아 우리 기업들의 문제로 닥칠 수 있다고상의는 경고했다. 상의는 "시장에 의한 기업감시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고 소송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현정부들어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업의 준법경영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업이 소송의 홍수에빠지지 않도록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증권집단소송제의 경우 남소폐해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방지장치를 잘 마련하고, 공익소송제 등의 새 제도에 대한 도입논의는 집단소송제의 시행상황을 지켜보며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비즈니스 서비스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기업들이 낙후된 경영관행을 선진국 수준으로 바꿔 나가는데 필요한 양질의 법률.회계서비스를 받도록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에 대해서도 자회사나 직원들이 실적경쟁을 의식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강령을 제정하고 내부 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선진국수준의 윤리경영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상의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부통제장치를 도입, 운영하는 경우 미국 연방대법원의 '법인범죄 판결지침'처럼 종업원의 불법행위에 따른 기업의 연대책임을 면제하거나 형량을 대폭 경감해 달라고 대법원에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기자 j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