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상권에선 지금 혈투가 한창이다.


2년전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유통전쟁은 대형 할인점들의 출점으로 더욱 치열해졌다.


백화점 할인점들은 끊임없이 세일을 한다.


하지만 시장은 포화상태에 달했고 경쟁력 약한 점포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향토 백화점이나 재래시장 가운데 도산하거나 휴.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롯데와 현대의 자존심 싸움


일요일인 지난 25일 오후 롯데백화점과 길 건너편 현대백화점 울산점.


곳곳에 세일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도무지 세일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바자 매장과 경품행사 사은행사를 하는 곳은 그런대로 손님이 보인다.


그러나 명품의류 가전매장은 썰렁하다.


두 백화점 간 판촉경쟁은 롯데백화점 개점 이래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요즘엔 매출의 5∼10%를 경품으로 내걸거나 유명 브랜드를 30∼40%까지 할인해 팔곤 한다.


그런데도 매출은 곤두박질하고 있다.


경쟁점포가 늘어난데다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싸움을 건 쪽은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고향인 울산에서 현대를 제압하겠다며 출점 초기부터 줄곧 공세를 취했다.


현대는 계열사들이 울산에 몰려 있는 덕분에 롯데가 들어오기 전에 울산 인구의 20% 이상을 고객으로 선점하고 있었다.


두 백화점 간 자존심 싸움이 지속되면서 '출혈'이 심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매기획팀 우인호 부장은 "상대가 거의 매일 세일을 하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이렇게 하다간 두 백화점 모두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벼랑 끝으로 몰린 할인점


울산지역 대형 할인점은 8개.


인구에 비해 많은 편이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특히 1.2km 거리에 붙어 있는 롯데마트 울산점과 홈플러스 남구점은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지난달 홈플러스 남구점이 문을 연 후 두 할인점은 상대방 가격을 조사해 더 싸게 파는 출혈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밤 12시까지 연장했다.


출혈경쟁은 두 할인점 모두에 치명상을 입혔다.


롯데마트의 매출은 15% 이상 줄었다.


홈플러스 역시 계획이 빗나가 전국 최하위 점포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울산 상권의 다른 할인점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월마트와 까르푸는 주말 오후에도 매장이 썰렁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점 초기 전국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홈플러스 울산점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메가마트 울산점은 올빼미 고객들을 잡아 매출 부진을 만회하려 24시간 영업체제로 전환했다.


◆경쟁 더욱 치열해질 듯


올 하반기 중 울산역 옆에 지상 5층,매장면적 3천5백평 규모의 이마트가 들어선다.


이에 따라 '유통전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울산 인구 1백만명,구매인구 40만명,유통시장 연간 1조7천억원 등을 감안하면 백화점 4개,할인점 9개(이마트 포함)는 너무 많다.


특히 인구 35만명의 남구에 대형 유통점이 5개나 몰려 있어 경쟁에서 밀린 점포는 폐점하는 수밖에 없다.


메가마트 이현만 홍보부장은 "남구 삼산은 황금상권이기는 하지만 개점 초기에 돈이 많이 드는 곳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싸우다 보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점포가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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