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대표가 21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찬 뒤풀이 행사로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폭탄주를 돌린 게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뒤풀이는 청와대 회동이 끝난 직후인 8시30분부터 11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가져온 술(발렌타인 17년)로 폭탄주를 만들어 각각 5∼6잔씩 마셨고,술값은 정 대표가 냈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대표적인 '폭탄주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이 자리에는 각당 대표비서실장과 대변인이 참석했고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도 들렀다고 한다. 이날 3당의 홈페이지에는 뒤풀이를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한 네티즌은 "정당의 최고지도자들이 이 난세에 호화판 단합대회를 치를 수 있는 것이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한 네티즌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야단들인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느냐"고 비난하는 글을 띄웠다. "정치낭만에 서민들 속은 썩어간다" "평상복 선서를 두고 의원의 권위를 따지더니 웬 룸살롱이냐"는 글도 있었다. 정치인의 술자리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낮에는 싸우더라도 밤에는 술도 한잔 하고 흉금을 터놓아야 한다. 옛날의 낭만 어린 정치로 돌아가자"는 김 총재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요즘 정치가 삭막한 게 사실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질이 여야의 막가파식 정쟁에 묻힌지 오래고 같은 당 의원끼리 입에 담기 어려운 원색적인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게 오늘의 정치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는 대통령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국가기강이 해이해지고,경제사정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정치권의 자세에 비춰보면 "너무 한가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신당과 당권싸움으로 허송세월하는 정치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치권은 '국민을 위해'라는 거창한 헛구호 대신에 경제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작은 실천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