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료를 완전히 공개한 이후 사내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경기 회복으로 직원들이 자심감도 되찾았다. 그러나 박 회장은 여전히 만족할 수 없었다. 생산성이 50%이상 높아지고 직원 70%이상이 지식경영 참여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주문에 경영진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그래서 나는 경영자들이 움직일 때까지 계속 지식경영 핵심과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박 회장은 그런 질문이 2002년까지 계속됐다고 회고한다. 그러던 중 보란 듯이 생산성 50%를 향상시키는 사업부가 나타난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로엠'사업부다. 로엠은 1998년까지만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이었다. 97년 5백억원이었던 매출이 98년 1백90억원까지 추락했다. 2백30여명이던 직원은 1백여명으로 줄었고 1백67개의 대리점은 94개까지 축소됐다. 고민을 거듭하던 당시 오상흔 로엠사업본부장(현 2001아울렛 대표이사)은 99년 가을 CKO(지식경영)실을 노크하게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대책을 논의한 그가 내린 결론은 BSC(균형성과기록표)도입. 업무 노하우가 지식창고에 쌓이더라도 평가를 하지 않으면 지식경영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한달가량 CKO실을 드나들며 BSC를 배운 그는 BSC 운영원칙을 준수하고 매월 실적평가회의를 열어 직원들의 개별 목표를 관리했다. 직원들에게 매장회전율,납기준수율,제조이익률 등 각종 경영지표를 익히게 하고 그 변수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 그런 노력끝에 서울 종각점에서 성과가 나타났다. 정수정 대리(현재 로엠사업부 과장)가 매출 50% 성과를 달성했던 것. "2000년 5월 당시 종각점은 매출액 5천만원,하루 방문고객수 1백70여명,구매율 35%,객단가 4만원,재구매율 5% 수준이었어요.그래서 연구끝에 브랜드 파워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정 대리는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상권내에서 최고의 매출액을 올리기로 했다. 매장 외벽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고 이틀에 한번씩 마네킹의 코디를 바꿔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구매율은 판매사원의 능력이 좌우한다고 보고 최고의 능력을 지닌 사람을 투입했다. 또 풍부한 코디 자료를 만들어 윗도리를 사는 손님에게는 거기에 어울리는 바지를 추천해주는 식으로 객단가를 올리고 단골고객을 대상으로 '마일리지제'를 도입,재구매율도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같은 변수들을 조합해 그는 '매출성장 공식'을 만들었다. 매출이 안늘면 어느 변수에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고 원인을 분석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한지 1년. 종각점은 성과가 눈에 띄게 나아졌다. 1년이 지난 2001년 5월 종각점은 월매출액 1억원,구매율 55%,객단가 5만원,재구매율 10%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파장은 컸다. 어떻게 해 냈느냐는 문의가 다른 사업부에서 빗발쳤다. 지식경영에 대한 열정이 '푸마''브랜따노'등으로 번져가며 '생산성 50% 향상 직원 참여율 70%'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