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Rolex)시계가 세상에 나온 건 1908년이다. 창업자 한스 윌스도프는 '기술로 승부한다'는 경영철학 아래 26년 방수제품을 내놓고,31년 팔을 움직이면 태엽이 저절로 감기는 '퍼페추얼, 41년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데이트 저스트',56년 날짜ㆍ요일이 표시되는 '데이 데이트'기술을 개발했다. 마케팅에도 뛰어나 27년 여성으로서 처음 영국해협을 헤엄쳐 건넌 메르세데스 글릿즈가 시간조작 의혹때문에 재도전에 나서자 협찬,롤렉스를 찬 채 수영하는 사진을 담은 광고를 신문 1면에 실었다. 60∼70년대 쿼츠기술을 이용한 싸고 정확한 일제 전자시계가 시장을 휩쓸 때도 최고급 기계시계를 고집,'부자 마크'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200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이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추방될 때 손목에 차고 있었던 것이 롤렉스였다거나 지난 2월 탤런트 홍경인이 후배의 밀반입을 도와주다 적발된 일 등은 금딱지 이후에도 롤렉스의 인기가 여전함을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국내 인터넷엔 이런 글도 올라와 있다. "롤렉스와 티파니중 어느 걸 사는게 더 좋은가. 티파니 은색메탈은 3백42만원짜리와 2백70만원짜리가 있고,가죽끈은 1백42만원이다. 이건 새것이고,롤렉스는 1∼2년 된 중고인데 은색메탈로 1백70만원이다." "티파니시계가 3백42만원이면 비싸다. 보통 1백50 정도 한다. 명품시계는 중고도 좋다. 롤렉스가 진품이면 사고 아니면 티파니로 하라.그런데 롤렉스 가격을 보니 가짜 같다." 롤렉스는 물론 국내에선 유독 고급시계가 잘 팔린다고 한다. 몸에 항상 지니는데다 남의 눈에 잘 띄어서인지 결혼예물로 반지나 목걸이는 장만하지 않으면서도 시계만은 최고급을 찾는 사람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비쌀수록 잘 팔리기 때문인가. 중고 명품을 새걸로 둔갑시켜 백화점에서 판매한 일당이 대거 경찰에 적발됐다는 소식이다. 기념품 시계도 배터리만 갈면 10년쯤 끄떡없다. 백화점에서 엉터리물건을 판 사람들이야 차제에 혼쭐이 난다 쳐도 백화점을 믿고 몇백만원이상 하는 비싼 시계를 산 사람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