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신용만으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을 찾는 중소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문턱을 크게 높인데 따른 현상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보가 올 1~4월중 공급한 보증액은 총 9조5천9백6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1천4백43억원)에 비해 17.8% 늘어났다. 특히 월별 공급액은 1월 8천7백66억원, 2월 1조8천8백64억원, 3월 2조8천4백71억원, 4월 3조9천8백61억원 등 매달 전달에 비해 40% 이상씩 급증하는 추세다. 기보의 올 1~4월중 보증액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5% 증가한 3조6천9백25억원에 달했다. 월별 보증액 추이도 신보와 마찬가지로 1월 3천5백97억원, 2월 6천6백72억원, 3월 1조1천6백50억원, 4월 1조5천6억원 등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신보의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업종별 보증공급 증가율을 보면 개인서비스업(90.6%), 가구(42.6%), 고무 및 플라스틱(22.3%), 통신장비(20.2%), 금속(14.3%) 등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이들 업종이 상대적으로 돈을 빌리는데 더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신보 관계자는 "통상 상반기에는 보증공급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증가세는 너무 빠르다"면서 "작년만 해도 신용도가 괜찮았던 중소기업들까지 자체 신용만으로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해 보증을 받고서야 대출받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가락동에서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49)은 "자금을 빌리기 위해 몇 군데 은행을 들렀지만 담보가 없으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신보를 통해 가까스로 20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 보증기관이 대신 물어주게 되는 보증사고(직접보증분 기준)도 올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보의 경우 보증사고율이 지난해 3%대였으나 올 1~4월에는 매월 5%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의 부도가 급증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경기침체→기업 신용경색→부도급증→경기침체 가속'의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