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서 음료와 빙과 광고들이 제철을 맞았다. 불경기 탓에 신제품은 많지 않지만 광고만큼은 새롭게 달라졌다. 대부분의 광고들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시원하다. 여름광고의 포문을 가장 먼저 연 것은 콜라다. 콜라업계의 영원한 라이벌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국내에서 별도로 제작한 여름 광고를 3월말부터 나란히 틀기 시작했다. 두 광고 모두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한국 코카콜라의 '파도'편은 코카콜라의 현지화 정책에 따라 국내 대행사에서 독자적으로 기획한 첫번째 광고다. 제작비만도 10억원이 든 블록버스터급이다. 사람 키의 몇배나 되는 파도가 밀려드는 방파제 위를 주저없이 뛰어가는 남녀의 모습이 화면 가득히 잡힌다. 이탈리아 인근 말타의 영화촬영용 수조탱크 스튜디오에서 만든 인공파도와 세심한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효과 만점이다. 펩시콜라는 콜라를 둘러싼 남녀간의 로맨스를 다뤘다. KBS 일일연속극 '노란손수건'에 등장하는 신인 탤런트 소이현은 남자가 들고있는 콜라를 빼앗기 위해 야릇하게 춤을 춘다. 여인에게 홀린 남자는 콜라캔을 내주지만 그녀가 얻은 것은 빈 캔이었다는 게 광고의 줄거리. 태국의 여름휴양지인 라용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펩시 광고의 또다른 매력이다. 빙과업계의 콘 전쟁도 눈에 띈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과 롯데제과의 월드콘이 장수 상품의 명예를 걸고 정면으로 격돌했다. 양사 모두 위험부담이 많은 신제품보다는 검증받은 제품에 마케팅을 집중하기로 한 것. 부라보콘의 새 광고에는 영화 '클래식' 이후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배우 손예진이 등장한다. 광고의 배경은 공항. 손예진은 출국을 앞둔 남자친구를 온 몸으로 가로막으며 이별의 아픔을 연기한다. 롯데의 월드콘은 월드컵을 연상시키는 광고를 들고 나왔다. 신제품 광고 중에는 열대과일인 망고주스의 광고전이 가장 치열하다. 5개 음료 회사가 비슷한 시점에 신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 중 롯데칠성과 해태음료는 나란히 미녀 가수들을 내세운 TV광고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칠성은 핑클의 멤버인 이효리를 '해변의 여인'으로 만들었다. 롯데칠성의 신제품 이름은 '델몬트 망고'. 이효리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연신 '망고'를 외친다. 잔뜩 꾸민 목소리로 망고를 외치는 이효리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해태음료도 여성 그룹 쥬얼리의 멤버 박정아를 모델로 기용해 신제품 '쿠바나'를 알린다. 과감한 노출의상을 입고 열정적인 춤을 추는 박정아의 모습이 압권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