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과 경제단체장 등 재계 거물들이 이번 주말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대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특히 이번 방미 일정에는 뉴욕 증권거래소(NYSE) 방문 및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원청업자인 미 벡텔사 대표와의 면담 등이 포함돼 있어 재계 총수들이 행사참석 여부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6박7일간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 및 벡텔사 CEO(최고경영자)와의 면담. 배럿 회장과의 면담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과 라이벌 관계인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직접 챙긴다. 이 회장은 실리콘 밸리에 있는 인텔 본사를 노 대통령 및 일부 경제사절단과 함께 방문,인텔 공장을 한국에 유치하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12일 뉴욕에서 열릴 코리아소사이어티 만찬은 삼성과 씨티그룹이 주최한다.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회장은 10일쯤 전용기편을 이용,뉴욕으로 직행하며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도 약 7일간 더 미국에 머무를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에 한국 기업을 참여시키기 위해 재계 인사가 벡텔사 사장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는 16일께 접촉하도록 일정을 잡았다. 이 자리에는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을 비롯 이라크 재건사업 관련 업체 대표 2∼3명을 참석시킬 예정이나 물밑 경쟁 때문에 최종 명단을 확정하지 못했다. 12일로 예정된 뉴욕증권거래소 방문자 선정작업 역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개장을 알리는 특별타종 행사에 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할 재계 총수는 2∼3명.삼성전자 SKT 포스코 KT 등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 대표들이 후보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전경련에서 조율토록 했지만 참석자 명단이 세차례나 바뀌는 등 여전히 안개 속"이라고 귀띔했다. 재계 총수들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 미국 현지법인도 챙긴다. 구본무 LG 회장은 뉴저지주의 LG 미주법인을 방문한 후 워싱턴으로 이동,디지털TV방식위원회(ATSC)의 로버트 그레이브스 회장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리처드 윌리 전 회장 등을 만난다. 구 회장의 미국 방문에는 구자홍 LG전자 회장과 이윤호 LG경제연구원 원장이 동행한다. 10일 출국하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에 US스틸과 합작으로 세운 현지법인(UPI)의 생산공장과 뉴욕 현지법인(POSAM)을 둘러볼 예정.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이틀간 미국에 더 체류하며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김동진 현대차 사장과 함께 자동차 공장을 건설중인 앨라배마주 공사현장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PBEC(태평양경제협의회)의 미국측 인사들과 만나 한·미간 경제 및 안보협력 강화방안을 협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일정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