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사장은 '고객중심'과 '항심'의 경영원칙을 갖고 있다.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되,꾸준함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크라운베이커리가 화의에서 빨리 졸업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그의 경영 철학을 든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의 일화다. 케이크 한 개를 사면 7천원짜리 와인을 덤으로 주자고 그가 제안했을때 주위에서 반대가 심했다. 이유는 두 가지. 케이크엔 와인보다 샴페인이 더 잘 어울리고 와인이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것. 윤 사장은 그러나 이를 밀어붙였다. 그의 논리는 간단했다. "케이크에는 샴페인이 어울릴지는 몰라도 케이크의 본맛이 죽어 케이크를 즐기려는 고객에 반한다.반면 와인은 느끼함을 없애주면서 케이크맛을 살려준다." 결국 케이크는 그 전년도보다 22% 늘어난 45만개나 팔렸다. 고객 중심으로 일하면 결국 보답이 돌아온다는 그의 철학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윤 사장의 고객중심 원칙은 선친의 영향이 컸다. "아버님께선 늘 '고객은 금저울과 같다'고 말씀하셨어요.조금만 싸거나 조금만 더 좋아도 한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게 고객이란 얘기였죠." 고객의 반응을 보면 해답이 보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법원에서 화의졸업 통보를 받은 윤 사장은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변화'를 주문한다. "제과는 터프함이 주된 정서입니다.영업현장이나 조직문화도 남성적인 편이죠.하지만 베이커리는 부드럽고 세련된 여성적인 정서를 요구합니다." 이런 이미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크라운제과와 크라운베이커리가 별다른 구분없이 공존해 왔다는 점에 그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제과와 베이커리의 브랜드를 별도의 이미지로 구분짓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전문경영인 체제,사명변경까지 포함해서 고려하고 있지요." 그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에 걸맞게 크라운베이커리의 '여성CEO'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성인력 육성은 그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최근 중국출장을 다녀온 것도 여성인력 확보를 위해서였다. 보육원을 방문해 공안요원에게 쫓겨 나면서까지 기를 쓰고 사진을 찍어왔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여성이 중심입니다.중책도 많이 맡고 있지요.하지만 유아문제로 고급여성인력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윤 사장은 전세계에서 육아시설과 교육시스템이 가장 잘된 중국을 벤치마킹해 국내 최고 수준의 사내 유아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기초작업은 이미 끝난 상태. "충남 아산에 부지를 확보했고,설계도 끝났어요.우선 제과부터 시작한 뒤 베이커리로 확대할 계획입니다.아마도 회사부설 유아원으로는 국내 최대규모(3천평)가 될 것 같습니다." 중국 최고의 유치원인 '손문 유치원(대지 1만평)'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던 윤 사장은 구체적인 경쟁력 강화방안과 신사업 계획 등을 묻자 항심의 원칙을 강조했다. "쥐 소금먹듯 천천히 움직일 겁니다.빠른 것만이 반드시 최고는 아니죠.기다리면 깜짝 놀랄 변화가 있을 겁니다." 화의졸업에서 보여준 저력처럼,크라운베이커리의 변신을 기대해도 좋다며 윤 사장은 크게 웃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