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 노트북 회의로 눈길을 끌었던 지난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전자정부 추진을 위한 중심적 기구 설치와 함께 각 부처에 CIO(최고정보책임자)를 지명할 것을 지시, 전자정부 조기 정착의 의지를 비쳤다고 한다. 그동안 국가전체 CIO를 어느 부처가 담당할 것인가를 두고 주도권 다툼이 있었던 데다 부처간 정보공유가 잘 안된다는 지적도 많았고 보면 이런 주문은 당연하기도 하다. 문제는 전자정부 정착이 추진메커니즘적 측면의 보완만으로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날 토론에서 전자정부의 비전으로 제시된 국민과 기업을 위한 서비스 혁신, 행정 효율과 투명성 향상 등에 비춰 볼때 최근 몇가지 상황은 그냥 넘어 갈 일이 결코 아닌 것 같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정부가 '작은 정부'가 아닌 '효율적인 정부'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이 틈을 노려 각 부처가 기구신설과 증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작은 정부도 안되겠지만 내부혁신과 기능조정없는 기구와 인력증원이 효율을 내세우는 전자정부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학부모와 학생만 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이른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도 그렇다. 전자정부 이전에 정부가 이해관계를 조정할 적극적인 의지와 능력이 없으면 전자정부가 제대로 정착될리 만무하다. 또 엊그제 새 호적전산망이 개통됐지만 시스템 용량부족과 지방행정정보망의 과부하로 적잖은 혼란이 발생한 것이라든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는 것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이 항시 강조돼야 할 사안임을 보여준다. 전자정부의 성공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달렸다. "전자정부는 정부혁신과 맞물려 있다" "행정수요자 중심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대통령도 언급했지만 중요한 건 실천이고 피부에 와닿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