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9년 OECD 사무국에 근무할 때 뜻있는 경험을 했다. 한국 정부가 정책의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어떻게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하고 있는지를 조사,보고하는 일을 맡았던 것이다. 당시 필자의 결론은 "한국은 정책협의 장치를 비교적 잘 갖추고 있으나 협의 대상자가 산업계에 편중돼 있으며 NGO 등 시민단체와는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는 정부,NGO가 서로 불신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았었다. 정부는 NGO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져 위원회 등에서 정치적 주장만 해 협의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고 있었고,NGO측은 정부가 정책협의를 위한 위원회를 성의없이 형식적으로만 진행하고 실질적으로는 산업계와 비공식적인 협의를 통해 산업계 입장만 주로 반영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필자는 당시 정부측이 NGO와의 정책협의에 더 성의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1백80도 뒤바뀌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요 정책 심의위원회에서 NGO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고,공동 위원장을 맡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NGO 출신이 정부 요직에 임명돼 정부정책 수립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니 금석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정부와 NGO의 관계를 바라보면서 필자는 과거와 반대로 지금은 산업계가 소외되고 있지는 않은가 우려한다. 또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NGO들이 얼마나 소비자 혹은 일반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고 있는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NGO의 진정한 역할에 대한 우려이다. 정부의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NGO의 궁극적인 역할은 항상 비판적인 시각에 서서 정부를 감시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NGO들이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역할은 과연 누구에게 기대해야 할 것인가. 김도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