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4월25일 중국 베이징. "당국이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실태를 은폐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우리 직원들의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 인적이 뜸한 거리,어지럽게 나붙은 사스경고 문구.베이징시 전역이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사스가 무섭고,중국을 못믿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사태 축소에만 급급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처지다. 사스 은폐를 이유로 지난 21일 멍쉐눙 베이징 시장과 장원캉 위생부장을 경질했지만 신뢰를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WHO는 한 술 더 떠 "상하이의 사스 의심환자와 감염자가 현재의 5배인 1백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중국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장면2: 4월26일 베트남 하노이. "지난 15일 이후 추가 감염자가 하나도 없다. 30일까지 추가 감염자가 없으면 베트남은 사스 위험국가에서 제외된다."(WHO) 베트남은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투명하고 신속한 대응에 힘입어 전 세계의 신뢰를 얻고 있다. 베트남은 사스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즉시 감염자 격리조치를 취했다. 사스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WHO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았다. 관광객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베트남은 눈 앞의 작은 이익(관광수입)을 잃은 대신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신뢰'란 값비싼 보상을 받고 있다. 장면3: 4월 28일 대한민국 서울. 첫 사스의심 환자가 발생한지 한달여 지났는데도 중국 유학생의 귀국 러시로 사스 의심신고가 폭증하고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도 "일본도 환자를 신고하는 등 동북아 지역에선 이제 안전지대가 없다"고 우려할 정도다. 그런데도 보건 당국은 "의심환자를 격리 조사중이며 WHO 기준으론 아직 사스 환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사스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흡하고 겉도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미 사스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스 환자가 이미 국내에 있다면 지구촌은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하다. 김태철 사회부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