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질환은 올해 단체협상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과 함께 최대의 이슈가 될 조짐이다. 노동계는 조합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고 경영계는 이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한 건수만 1천8백27건으로 2000년에 비해 81%나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2월중 4백21명이 재해 판정을 받았다. ◆ 모호한 산재판정 기준 근골격계 질환으로 통칭되지만 구체적인 병명은 수백가지라는게 의학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디스크 등 요통이 대부분이지만 등 팔 척추 다리 등 신체 각 특정 부위별로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많이 활용하는 근로자들이 어깨가 굳는 현상도 이 질환에 포함된다. 흔히 '오십견'으로 통칭되는 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의 최재욱 박사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 및 작업환경과 같은 근로조건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신체조건 자세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질환의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며 "이는 산업의학 전문의가 사업장 환경까지 파악한 뒤 개별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오는 8월까지 산업의학회에 용역을 의뢰, 구체적인 산재 판정기준을 만든다는 방침이지만 근골격계 질환의 특성상 노사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경영계, "회사 압박 수단이다" 경영계는 노조가 집단 요양신청 등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노사현안으로 쟁점화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도 "노조가 산재판정 업무를 맡은 근로복지공단 등에 대한 항의시위 등 다양한 수단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요양신청이 가장 많은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의 경우 노조원이 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현재 산재요양신청을 하면 대부분 산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1월 집단입원을 통해 35명이 산재 요양신청을 접수시켜 이중 31명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경총 관계자는 "근골격계 질환자의 급증과 노동계의 근로시간 단축요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판정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조항과 전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는게 경영자측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 노동계, "적법 절차에 따른 것" 반면 노동계는 지금까지 근로자 개인이 감수해 왔던 직업병을 적법한 구제절차에 따라 인정받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국내 전체 산업재해자 8만1천4백34명중 근골격계 질환자는 1천5백98명으로 1.96%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경우 35%에 달한다. 민노총 관계자는 "실제 미국 제조업에서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률을 국내에 적용하면 2만5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그러나 '선(先)제도보완' 등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어 근골격계를 둘러싼 노사양측의 입장조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생산직 인력이 노령화하고 신규인력 채용마저 어려운 마당에 집단 산재 신청으로 일손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