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보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더 무섭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압승으로 단기에 끝나면서 유가하락, 전후복구 사업 등에대한 기대감을 던져주고 있는 상황인데 비해 사스는 곧 진정될 것이라는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갈수록 위세를 더해가면서 기업들에게 점차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사스가 맹위를 떨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중국 등지의 매출감소, 기업활동 위축 등 직격타의 사정권 안에 들었으며 이에따른 영업차질은 올해 경영목표 달성에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위험지역에 대한 출장자제, 주재원 가족 철수, 공장소독 등을 통해 직접적인 사스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주재원 철수는 물론 공장가동 중단까지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스공포가 확산되는 와중에서도 일부 기업은 중국사업을 강행하는 등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기업 피해 확산 = 항공업계는 사스 확산으로 `황금노선'인 중국과 동남아의탑승률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이라크 전쟁에 이어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예년 80%대를 유지하던 고수익 노선인 중국노선이 최근 사스파동 이후 50%대로 감소했고, 전노선 평균 15%포인트 정도 탑승률이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도 사스 등의 영향으로 중국노선의 탑승률이 이달들어 40%대로 떨어졌다. 또 사스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한항공은 인천-우한 노선 등 중국과 홍콩 10개 노선을 4월 한달동안 일정기간씩 운항을 중단한데 이어 이들 노선의 운항중단 기간을 5월 15일까지 연장키로 했고 아시아나도 인천-구이린, 인천-시안, 인천-충칭, 대구-상하이 등 4개 노선 운항의 중단을 5월 중순까지 연장키로 했다. 전자업계도 사스에 따른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에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격감하면서 가전이나 휴대폰 등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중국최대의 IT중심지인 중관촌(中關村)내 15개 소학교가 휴교하고 이번주들어 태평양중심(太平洋中心) 상가는 방문객이 60%이상 감소하는 등의영향으로 전체적인 IT제품 판매 감소와 추가주문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자동차업계는 사스로 인한 수출피해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있으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 홍콩 등의 경우 자동차 판매도 크게위축됨에 따라 사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장상태를 강화하고 있다. 직접적인 매출부진 뿐 아니라 사스에 따른 마케팅이나 바이어 접촉 등의 정상적인 기업활동 위축도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최근 중국에서 개최 예정이던 IDF(인텔 개발자 포럼)가 취소되면서인텔 등을 상대로 한 마케팅 기회를 잃었으며 종합상사들은 중국 등지의 해외 바이어들이 해외여행을 꺼리면서 상담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나 코오롱을 비롯한 일부 패션업체들도 중국 등지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의나 전시회 참가를 자제하거나 참가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기업들은 또 해외출장을 자제하면서 주로 전화나 e-메일 등을 통해 현지 거래선과 접촉하고 있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책마련 분주 = 기업들은 주재원이나 직원들이 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차단막'을 세우는 데 일차적으로 주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홍콩, 중국 남부 등 위험지역의 주재원 가족들을 귀국시키고 있으며이 지역에 대한 출장을 금지하거나 자제하고 있다. 또 직원들에 대해 비상약 및 마스크 지급, 공장소독 강화, 개인 위생지침 시달등 위생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일부 주재원 가족을 귀국시켰으며 중국 본사에서 매일 대책회의를열어 중국 지역 주재원이나 공장직원 중 사스감염 환자가 발생했는지의 여부와 공장소독, 직원들에 대한 마스크 지급 등의 예방지침 등이 제대로 수행되는 지를 점검하고 있다. 또 사스 감염이 의심되거나 고열 등을 호소하는 직원이 있으면 조퇴를 허용하고휴가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사스' 확산 초기부터 본사와 중국법인, 동남아 총괄법인에 '사스관련 비상대책반'을 운영, 수출현황 점검, 직원 안전대책 등을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중국 출장을 금지한 채 상담은 전화를 이용하고 있으며 반드시필요한 경우 중국 거래처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상담하고 있다. LG전자는 판매부진을 막기 위해 내달을 '고객의 달'로 선포하고 판촉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사스가 비교적 덜 확산된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LG화학은 중국 광저우와 홍콩에 있는 현지 주재원 가족들을 귀국 조치했으며 중국 출장도 처음에는 금지했다가 최근에는 제한적으로 중국 출장을 허용하되 광둥성과 홍콩 등 위험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왔을 경우엔 귀국 후 2주간 재택근무를 하도록하고 있다. 포스코는 위험지역 출장금지 조치를 지속하는 동시에 회사 지원으로 베이징 등중국에 유학중인 직원 4명을 5월초 귀국시킬 예정이다. 포스코는 또 홍콩과 광저우 지역 주재원들이 사무실에 출근, 서로 접촉함으로써사스 감염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당분간 재택근무를 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편 산업자원부 중국진출기획단은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현지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사스 피해와 환자 발생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주재원을 철수한다거나 공장가동 중단 등을 입에 올리는것은 시기상조지만 사스 피해가 확산되거나 직원중 사스 감염자가 발생하면 주재원철수나 공장가동 중단 등도 심각하게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부기업 중국공략 오히려 `활발' = 사스확산에도 불구, 현대.기아.GM대우.쌍용자동차 등은 21일 개막된 중국 상하이모터쇼에 차량을 대거 출품, 모터쇼를 통한중국시장 공략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효성은 지난 17-20일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사내외 이사들이 중국을 방문,현지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데 이어 중국 정부 고위 관리들을 만나 중국 진출방안을협의하는 등 전사적인 중국사업 활성화 의지를 보였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도 24-26일 효성, 제일모직 등 국내 136개 섬유소재.패션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섬유.패션대전 중국 상하이전시회를 일정대로 강행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ss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