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95개 사업장이 22일 중앙차원의 산별교섭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그동안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았던 금속산업연맹 산하 대기업 사업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상당수 대기업 사업장이 현재 산별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이들 노조의 산별노조(금속노조) 가입이 가시화될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는 `산별 교섭 합의로 노조 힘이 비대화돼 노사간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금속산업연맹 산하 대기업 사업장이나 다른 업종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5개 사업장 왜 산별교섭 합의했나 = 금속노조와 통일중공업, 카스코, 만도, 영창악기 등 95개 사업장 사측 대표는 6차례에 걸친 노사실무위원회 끝에 오는 5월부터 사업주가 사측 대표에게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 중앙차원에서 산별교섭을 진행키로 22일 합의했다. 이들 95개 업체의 사업주가 고심 끝에 중앙교섭쪽으로 가닥을 잡은데는 개별 사업주의 경우 해당 노조가 속해있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두산중공업 사례 등에서 보듯 개별교섭에서도 금속노조가 계속 힘을 행사해온 전례에 비춰볼 때 사업주들도 힘을 모아 공동대응하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노사 대표자 회의에 체결권과 교섭권을 위임함으로써 개별 교섭에 따른 `코스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40시간 주5일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 노동과 차별 철폐, 근골격계 직업병 대책 마련, 노조활동 보장 등 이번에 중앙교섭 대상으로 삼은 현안들은 사안의 무게면에서 개별 사업장이 독립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일괄적으로 사업장끼리 보조를 맞춰나가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대기업 사업장 어떻게 되나 = 현재 금속산업연맹 산하 260여개 노조중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등 상당수 대기업 노조를 포함한 80여개 노조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 대기업 노조는 그동안 자체 역량만으로도 사측과의 협상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산별노조로의 전환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오지 않아왔다. 그러나 이번 중앙교섭 합의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세'가 어느정도 입증됨에 따라 대기업 사업장의 산별 전환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금속산업연맹은 최근 연맹 단위노조 대표자 회의에서 오는 6월 10-13일 동시총회에서 산별노조 가입을 결의하고 현대차와 대우조선 등 전국 64개 사업장에서 이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상당수 대기업 노조의 경우 3분의 2에 약간 못미쳐 부결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중앙교섭 합의는 대기업 사업장의 산별노조 가입에도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노동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속속 산별체제로 바꿀 경우 그동안 중소기업 노조위주로 구성돼 있던 금속노조의 `세'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 어떤 영향 미치나 = 경총 등 재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미칠 파장에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중앙교섭을 거치더라도 임금 등 근로복지 조건은 어차피 별도의 사업장별 개별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하므로 `이중 비용'이 드는데다 산별노조의 결정사항이 단위노조에 일괄 적용되는 만큼 총파업의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총은 이번 중앙교섭 합의를 앞두고 개별 사업장에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하지 말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경총 최재황 홍보본부장은 "이번 합의는 사용주측에 대한 노조의 강력한 압박카드로 작용, 향후 춘투나 임단협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더욱이 중앙교섭과 개별교섭으로 노사협상의 기간이 두 배로 길어지게 돼 가뜩이나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경영이나 조업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계와 업계는 이번 중앙교섭 결정이 금속산업연맹 산하 대기업 노조와 다른 업종에 미칠 영향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노조의 산별전환과 증권, 보건의료 노조 등 타업종의 산별교섭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주5일 근무제 등 주요현안에서 사측의 운신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노조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아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진 않지만 부작용을 고려할 때 산별전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