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동물에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천연물질을 찾아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두한 선임연구원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돼지 위장염바이러스(TGEV)와 유행성 설사바이러스(PEDV)를 대상으로 11개 국내 자생식물 추출물질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실험한 결과, 고삼과 초피나무 추출물이 바이러스 증식억제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권 박사는 소나 돼지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키는 동물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로, 이번 연구결과는 약용작물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전통적으로 약리효과가 있는 초피나무, 구지뽕나무, 누리장나무, 화살나무, 조각자나무, 고삼, 무화과나무, 까마중, 창이자나무, 오가피나무, 마황 등 11개 자생식물 추출물의 항코로나바이러스 효과를 각각 비교했다. 이 결과 11가지 추출물 가운데 초피나무와 고삼추출물은 TGEV, PEDV 모두에 대해 농도를 늘릴수록 바이러스증식 억제효과가 비례해 증가하면서도 숙주세포에 대한독성은 매우 낮아 유용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제 TGEV와 PEDV에 대한 바이러스증식 억제율은 고삼추출물이 각각 74.8%, 71.6%, 초피나무가 98.1%, 83.8%로 분석됐다. 고삼추출물은 에이즈바이러스(HIV)와 B형간염바이러스(HBV), 헤르페스바이러스(HSV) 등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이미 보고돼 있지만 급성질환을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보고된 것은 두 물질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권 선임연구원은 "고삼과 초피나무 추출물이 어떻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지에 대해 현재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래가각기 다르지만 세포 내에서 증식하는 형태는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치료에도 이번 결과가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