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 방침을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는데 합의한 모양이다. 파업만은 피할 수 있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길게 봐서 과연 바람지한지,더 큰 후유증을 남길 우려는 없는지 생각해봐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철도노조가 민영화 철회를 요구하며 20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자 정부는 "명백한 불법파업으로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었다. 총리주재로 관계장관 대책회의까지 가진 뒤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그렇게 밝혔다. 민영화 반대는 파업명분이 될 수 없다며 되풀이 강조하다가 돌연 기존 민영화 방침 그 자체를 철회한다니 갈피를 잡기 어렵다. 민영화 방침이 잘못된 것이라는게 갑자기 드러났다는 얘기인지,구조조정정책 등 사용자 재량권을 넘는 사안을 내건 쟁의행위는 불법이라고 규정해 온 지금까지의 법 해석이 잘못됐다는 뜻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는 철도파업 관련 이번 노사협상이 그렇지 않아도 심상치 않은 여러 사업장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을 특히 우려한다. 노사협상에서 결정적인 것은 법과 원칙이 아니라 '힘'이라는 점을 또 한 차례 각인시킨 것이 이번 협상이라고 본다면 그 후유증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노조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할 성질의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초법적일 수 없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 스스로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밝힌 사안(철도민영화 철회)을 수용한 것은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리는 참여정부가 밝힌 △파업현장 공권력 투입자제 △불법파업도 원칙적으로 불구속수사 △손배소 가압류 억제 등 일련의 노동정책들에 대해 솔직히 말해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고 치더라도 미리부터 그러한 방침을 밝히는 것이 산업평화에 보탬이 되지는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랬기 때문에 철도파업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특히 의미있게 봤다. 노조 편향적 노동정책이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라고 본 사람들이 우리 뿐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크게 잘못된 해석이었다는게 이제 드러난 셈이다.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