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처럼 손에 대는 것마다 잭팟을 터뜨렸죠." 아쿠아스큐텀 레노마 란체티 등 세계적 브랜드를 바탕으로 윤종현 사장은 브랜드별 컨셉트 홍보를 강화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또한 제일모직의 '로가디스''빨지렐리',LG패션의 '마에스트로''트레드클럽''케임브리지'에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납품하는 등 사업은 순항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외국 브랜드로 팔려나가는 지엠 제품을 보던 그는 독자 토털브랜드를 개발하기로 결심한다. 그 때 탄생한 브랜드가 '포체(FOCE)'.이탈리아어로 '삼각주'라는 의미로 넥타이는 물론 와이셔츠 신발 양말 손수건 지갑 벨트 등 에도 사용하기로 했다. 레노마 아쿠아스큐텀 란체티 크리스찬오자르 등과의 라이선스를 활용한 인지도 상승과 자체 브랜드 '포체'로 명실공히 넥타이 명가(名家)를 만들어 보자는 것. 포체는 시장에서 순조롭게 자리잡아 갔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닥쳤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여기저기 부도 소식이 심심찮게 들렸다. 윤 사장 역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결국 포체를 토털 브랜드가 아닌 넥타이 브랜드로만 키우기로 했다. 시계 브랜드 포체는 시계 전문기업 아동산업에 임대했다. 포체 시계는 그 후 고품격 디자인과 중고가 전략으로 꾸준히 성장해 현재 명품반열에 올라 있다. "외환위기로 소득이 줄어들자 사람들이 양복 대신 넥타이를 많이 찾더군요." 외환위기 와중에도 지엠의 넥타이는 꾸준히 팔려나갔다.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노하우는 정부에서도 인정받아 지난 92년 국내 60여개 업체에 주어지는 세계일류화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엠이 고급 넥타이업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인 이석희 기획실장이 일본 유학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10명의 디자이너들이 갈고 닦은 기술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윤 사장은 디자이너들이 입사하면 미국 라스베이거스 매직쇼,이탈리아 피티워모,홍콩 일본 등의 국제 전시회를 반드시 견학하도록 했다. 그 결과 중도 퇴사하는 직원이 거의 없어 숙련도가 날로 축적돼 갔던 것이다. 윤 사장은 외환위기 중 장기근속 직원들에 대해 보상도 해줄 겸 회사 몸집도 가볍게 하기위해서 영업을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한다. 일선 영업점은 물론 본사 영업부도 하나의 독립된 사업부로서 판매실적에 따라 이윤의 일정비율을 받도록 한 것이다. 주위에서 말렸지만 윤 사장은 '주인을 만들어줘야지 잘한다'는 일념으로 밀어붙였다. 당시 관악세무서 서장의 격려도 보탬이 됐다. "단순히 월급만 주는 제도는 좋지 않다.회사원 하나하나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아웃소싱에 대한 그의 믿음은 확고해졌다고 한다. 윤 사장은 영업은 물론 물류배송업무도 아웃소싱,매장간 정확한 물류 토대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2001년에는 업계 최초로 아이템별 품번제를 도입,전산 판매관리에 들어갔다. 수백 종이 넘는 디자인에 제품번호를 매기고 전산으로 판매상황을 기록, 파악함으로써 발빠르게 물량 조달에 대처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매장별,디자인별 판매율을 즉각 파악할 수 있어 생산량 조절은 물론 다음 시즌 상품을 신속 정확하게 기획하고 재고도 줄일 수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엠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영업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