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군대생활이었다. 김종철(32) 드림투리얼리티(D2R) 대표는 97년 12월 입대해 강원 화천 연대상황실에서 '워드병'으로 일했다. 그는 약 20개월간 매일 A4 용지 2백장에 이르는 문서를 쳐내야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자판을 두드리지 않고 문서를 대량으로 저장하고 검색해낼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병장이었을 때다. 그는 휴가를 나오면서 몰래 스캐너 하나를 사들고 귀대했다. 내무반에서 6개월간 밤마다 몰래 스캐너로 문서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렇게 지루하던 군대생활이 오히려 그에게 놀라운 기회를 마련해줄 줄이야. 당시 남몰래 연구했던 문서처리 기술이 최근 D2R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하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첨단 정보기술 업체인 D2R는 올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동부의 문서 5억장을 완전 전산화해주는 사업을 맡게 됐다. 이 사업은 당초 미국의 D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위기를 느낀 김 대표는 직접 남아공을 방문했다. 프레토리아에 있는 노동부 청사에서 5백만건의 서류를 단숨에 시험처리해주자 남아공 정부는 즉시 D2R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D2R는 최근 남아공에 마카바테크놀러지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남아공 정부의 총 15억건에 달하는 문서를 처리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앞으로 1천억원 규모의 시장이 될 남아공 정부문서 처리 부문은 현지 종업원 7백명이 함께 일하는 거대한 사업이다. D2R가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문서자동화 처리업체로 부상한 데는 김 대표의 땀과 꿈이 서려있다. 그는 서울 동성고 1학년 때 컴퓨터에 미쳤다. 고 2 때 벌써 파스칼언어를 사용해 3개의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고 3 초여름 학교를 다녀오니 그토록 아끼던 컴퓨터가 없어졌다. 그의 아버지가 컴퓨터 일체를 창고에 집어 넣어버린 것. 세종대 전산학과에 들어가면서 그는 전산실에서 살다시피했다. 웬만한 수업은 빼먹었다. 하루 18시간씩 컴퓨터에 매달리기가 일쑤였다. 당시 그는 글씨를 깨알처럼 작게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내기도 했다. 이것은 같은 과 친구가 '커닝 페이퍼'로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개발한 거였다. 이 기술은 요즘 문서를 집적화하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제대한 뒤 그는 한글과컴퓨터에서 1년6개월간 근무했다. 그는 "이 때 프로정신을 배웠다"고 얘기한다. 당시 한글과컴퓨터는 밤낮 구별 없이 일주일에 40시간만 근무하면 됐다. 덕분에 낮엔 학교를 다니고 밤에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1997년 12월 마포 공덕동 빌딩의 옥상 가건물에서 창업한 그는 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퇴근했다. 그의 회사는 일터이자 숙소였다. 이렇게 흘린 땀 덕분에 회사이름처럼 이제 '꿈이 현실로(Dream to Reality)'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들어 태국 예멘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서도 정부문서 처리 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