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년이나 남겨놓고 있는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14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공기업 정부투자기관 국책은행 등의 기관장 인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들의 인사에서 탈락한 고위 공무원을 위한 '자리만들기' 작업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공기업에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해당 기관의 '낙하산 반발' 등 인사 태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정 총재 후임으로는 유지창 전 금감위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호남 인사 차별론'이 정 총재의 사퇴를 앞당겼다는 시각도 있다. 호남지역의 '정서'를 감안, 산은 총재에 이 지역 출신인 유 전 부위원장을 앉히기 위해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정 총재를 무리하게 퇴진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권해옥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지난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권 사장은 "새 정권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명예롭게 퇴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후임으로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차관과 손학래 전 철도청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명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후임이 거론되고 있지는 않다. 산자부 내에서는 가스공사 구조개편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김동원 자원정책실장이 전문성.추진력에서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가스공사 사장은 대통령 몫으로 인식돼온 것이 부담이다. 관광공사도 조홍규 사장이 내달 30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최근 사표를 제출, 후임 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사 해외본부장을 지낸 이경하 한국일반여행업협회 상근부회장 등 내부 출신 인사와 함께 이연택 한양대 교수(전 관광연구원장)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연원영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유임이 점쳐지고 있으나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 사장은 2005년 1월 임기만료로 한때 경질설이 나돌았으나 그간의 루머가 음해성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결백'이 입증됐다. 내년 말이 임기인 이 사장은 공적자금 상환과 조흥은행 매각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영회 수출입은행장 후임에는 신동규 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이 유력한 가운데 남상덕 전 청와대 금융비서관과 이종구 금감위 상임위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기획예산처는 4백여개에 달하는 공기업 및 산하기관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장 임명시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후보자 추천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부산하단체 인사운영 쇄신지침'을 확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지침은 기관장 성과계약 체결과 중요 직위에 대한 개방 확대, 다면평가 실시 등의 내용과 함께 △효율성 △공공성 △개혁성에 대한 세부 지침도 담고 있다. 현승윤.유병연 기자 hyunsy@hankyung.com